글로벌 ETF 트렌드

시장 변동성 커지자 ETF 수요 급증
초단기 옵션 거래 헤징 수단으로 대두
액티브ETF 시장도 덩달아 활황


주식 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하자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도를 낮추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서다. ETF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특정 테마에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 ETF' 시장도 급격히 확장하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 장악하는 ETF

미국 투자기업연구소(IC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식 시장 거래량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30.7%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25.3%)보다 5.4%포인트 증가했다. 거래량은 전년 대비 22.5%가량 증가한 44조 1000억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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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거래 규모는 지난해 급증했지만 손바뀜 횟수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ETF에 새로 유입된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ETF 거래 회전율은 27%로 전년 대비 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손바뀜)가 자주 일어났다는 뜻이다.

지난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ETF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분산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서다. 셸리 안토니위츠 ICI 수석 디렉터는 "특히 기관투자가가 ETF 투자를 급격히 늘리기 시작했다"며 "때문에 ETF를 통한 주식 거래 규모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초단기 옵션거래 때문에 ETF 거래량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비 무사위 빌라노바경영대학원 교수는 S&P500 지수에 대한 초단기 옵션거래 비중이 증가하면서 ETF 거래량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옵션 보유로 인한 위험을 헤징하기 위해 ETF 거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S&P500 지수 옵션 중 '0DTE(Zero Days to Expiration)' 거래 비중은 지난해 40%대에 달했다. 1년 전(22%대)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도 45%에 육박했다. 0DTE는 만기가 24시간도 남지 않은 옵션거래를 뜻한다.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내려는 투기 심리가 확대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기반으로 ETF가 '자가 증식'한다고 분석했다. 초단기 옵션거래로 기초자산인 주식의 위험이 증가하면 ETF 수요는 늘어난다. ETF 거래가 늘면 주식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커지게 된다. ETF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게 되면 개별 주식을 직접 매매할 때보다 변동성이 커져서다. 이런 거래가 반복되면서 ETF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의 발렌틴 하다드 교수가 지난해 내놓은 이론이다. 가중평균값에 따라 주식을 매수하는 패시브 ETF가 시장의 변동성을 늘린다는 게 골자다. 만약 애플의 주가가 오르면 시가총액이 증가한다. 시가총액이 늘면 ETF 내 애플의 가중평균값도 커진다. 비중을 맞추기 위해 ETF는 애플을 추가 매수해야 한다. 실제 주식 수요보다 매수량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불붙은 액티브 ETF 경쟁

주식 시장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되자 자산운용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지수만 추종하는 패시브 ETF 대신 액티브 ETF를 연달아 쏟아내고 있다. 패시브 ETF만 운용하게 되면 수수료 인하 경쟁 외에는 경쟁사와 차별화할 지점이 없어서다.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새로 출시한 ETF 중 66%가 액티브 ETF로 이뤄졌다. 2013년 16%에서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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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이 액티브 ETF에 집중하는 이유는 총보수 때문이다. 액티브 ETF의 총보수(연 0.5%)는 패시브 ETF의 수수료(연 0.2%)보다 2배가량 많다.

액티브 ETF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ETF 분석회사 베타파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액티브 ETF 운용자산은 402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54%를 기록했다. 패시브 ETF를 주로 출시했던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액티브 ETF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액티브 ETF 확장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뉴욕 증시에 2가지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블랙록이 액티브 ETF를 내놓은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아이셰어즈S&P500ETF(티커명 IVV), 아이셰어즈핵심종합채권ETF(AGG) 등 주로 패시브 ETF로 투자금을 끌어 모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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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액티브 ETF를 고를 때 구성 종목을 검토하라고 조언한다. 엑손 모빌, 애플, 구글 등 대형주를 테마로 한 액티브 ETF의 투자 비중은 사실상 S&P500 지수와 다를 바가 없어서다. 되레 비용을 더 들여 패시브 ETF와 똑같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초과 수익률을 얻기 위해선 생소한 산업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부동산 투자 신탁, 원자재, 사모 신용 등이 대표적이다. CFA 연구소의 이사를 역임한 로버트 스태머스는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으려면 흔치 않은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미 잘 알려진 기업들은 수많은 지수 상품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