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천동에 사는 20대 한모씨는 최근 혼자 보험금 소송을 준비하던 중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변호사로부터 ‘과외’를 받았다. 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에 접속해 소송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어디서 뭘 확인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다. 그는 “최대한 혼자서 소송하려고 했지만 법원 홈페이지를 몇 번 드나들다 포기하고 시간당 10만원의 상담료를 내고 변호사에게 30여 분간 서류 송달과 사건 조회 방법 등을 배웠다”고 토로했다.

전자소송 홈페이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씨뿐만이 아니다. 변호인 없이 소송을 진행하는 ‘나 홀로 소송’이 대폭 늘고 있음에도 법원 홈페이지는 13년째 그대로다 보니 사용자들의 불편함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재판 일정 확인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사자가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하려면 법원 홈페이지 사건 검색란에 관할 법원과 사건 번호, 당사자명을 일일이 입력해야 해서다. 법률 용어를 잘 모르거나 온라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울산에 거주하는 안모씨(57)도 이 같은 불편함을 느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2년 전 사기를 당해 나 홀로 소송에 나섰지만 재판 진행 과정에서 법원 홈페이지를 통한 일정 확인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안씨는 “법원 홈페이지에서 재판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름만 입력해서는 볼 수 없다 보니 결국 일정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법원으로부터 출석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법정에 가서야 증인 신문을 위해 출석해야 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특정 운영체제(OS)로는 전자소송 홈페이지를 이용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애플의 맥OS를 사용하는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별도로 설치해 전자소송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한다. 애플 노트북을 쓰는 대학생 김모씨(26)는 “소송 때문에 노트북을 새로 살 수는 없다 보니 하루에도 수차례 PC방과 학교 컴퓨터실을 드나들고 있다”며 “간단한 문서를 확인할 때도 PC방에 가야 해 너무 번거롭다”고 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1심에 접수된 민사본안사건 중 전자소송 비율은 97%로 2019년(82%)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인들이 만드는 홈페이지인 만큼 일반 수요자와의 인식에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반 국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