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담장 무너지자…다시 주목받는 후분양
아파트 부실시공과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후분양제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하는 걸 막을 수 있는 데다 소비자가 아파트 품질을 눈으로 확인한 뒤 선택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GS건설이 시공하던 신축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 붕괴한 후 각종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후분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광주 화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이어 지난달엔 GS건설이 짓던 검단신도시에서 철근 누락 등의 부실시공이 발견됐다. 시행사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시공 책임사인 GS건설은 붕괴 원인을 두고 여전히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선 “공사 기간에 쫓겨 무리하게 추진하니 부실시공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십수억원의 상품을 사는데 도면만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등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은 시점에 따라 크게 선분양과 후분양으로 나뉜다. 선분양은 소비자가 견본주택만 확인하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후분양은 공정률이 60~100%에 달한 시점에 분양한다. 소비자는 시공 현장에서 실물에 가까운 아파트를 직접 확인하고 매입을 결정할 수 있다. 후분양 방식은 선분양에 비해 분양가와 분양권 가격, 입주 시점 때 시세와 가격 차이도 적은 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A씨(30대)는 “아파트 실물이 없는 상태에서 분양이 이뤄지니 항상 부실시공 논란이 따라붙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관련 하자 분쟁 조정 신청은 매년 4000여 건 접수되고 있다. 마감 불량, 설계 도면과 다른 시공, 누수·결로 등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 도입으로 부실시공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후분양제 전면 확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건설사로선 사전에 충분히 공사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소비자도 목돈을 마련하는 준비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자금시장에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견 이하 건설사의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한계로 국토부도 후분양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마감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후분양으로는 아파트 품질 수준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전직 임원은 “공사 현장 감리 강화와 불법 재하도급 금지 등 건설사의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