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라호텔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 지난해보다 가격이 18.1% 오른 9만8000원에 판매된다.사진=호텔신라 제공
서울 신라호텔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 지난해보다 가격이 18.1% 오른 9만8000원에 판매된다.사진=호텔신라 제공
올 상반기 들어 망고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정작 망고빙수를 판매하는 특급호텔들은 가격을 올리고 있어 불만이 흘러나온다. 그간 호텔들은 망고빙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원재료 가격 인상을 들었는데 주재료인 망고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게 포인트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원자재 가격이 올랐을 때 가격을 인상했던 것처럼,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요 특급호텔의 간판 디저트 메뉴인 애플망고 빙수 가격은 7만~12만원대에 형성됐다. 이달부터 빙수 판매에 나선 서울 포시즌스호텔은 대표 메뉴인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판매 가격을 12만6000원에 책정했다. 지난해(9만6000원)보다 31.3% 껑충 뛰었다. 국내 특급호텔 빙수 단품 가격이 10만원을 넘은 건 호텔업계가 고가 빙수를 선보이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처음이다.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18.1% 오른 9만8000원에 판매한다. 고급 빙수 열풍을 이끈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부드러운 우유 얼음 위에 제주 애플망고를 올린 게 특징이다. 롯데호텔 서울 역시 가격을 인상했다. 이 호텔의 페닌슐라 라운지에서 파는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작년보다 4.5% 오른 9만2000원. 웨스틴조선 서울도 애플망고 빙수를 지난해보다 8.3% 비싼 7만8000원에 판매 중이다.
포시즌스 호 텔서울에서 판매하는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12만6000원으로 고가 빙수 중에서도 최고가다. 사진=한경DB
포시즌스 호 텔서울에서 판매하는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12만6000원으로 고가 빙수 중에서도 최고가다. 사진=한경DB
이 같은 가파른 가격 상승에는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오히려 올해 들어 국산 망고 시세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특급호텔들이 망고빙수 가격을 책정한 시점인 4월 중순 국산 망고 시세를 살펴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내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4월 중순(20일 기준)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된 국산 망고 가격(상품 3kg 들이 한 상자·특 등급 기준)은 평균 13만원으로 1년 전(19만원)보다 31.5% 하락했다. 동일한 등급의 국산 망고 시세는 이달 초 들어선 평균 11만원까지 떨어졌다.

망고 재배 농장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망고 수요가 예년보다 전반적으로 많이 줄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되면서 수입 물류가 풀려 외국산 망고 수입도 원활해졌다”며 “이달 기준 품질이 가장 좋은 특상품 망고 시세도 작년에 비해 70% 정도 밖에 안 쳐준다”고 말했다.

특급호텔들의 망고빙수 매출은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로 만족감을 느끼는 소비행위) 트렌드로 고급 디저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덕분이지만, 제품 가격 상승 이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이득을 봤다는 분석이 더 많다.

지난해 롯데호텔의 애플망고 빙수 매출은 지난해 대비 15% 올랐으며 조선호텔앤드리조트가 그랜드 조선 부산 라운지앤바에서 선보인 애플망고 빙수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 증가했다. 서울드래곤시티의 지난해 빙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98% 급증했다.

고급 망고빙수를 찾는 수요도 여전하다. 신라호텔 등 인기 업장에서 주말에 초고가 빙수를 먹으려면 기본 한 두시간씩은 대기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도 부자재나 인건비, 가스나 전기 같은 공공 요금 가격이 급등해 원가 부담은 여전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서울 신라호텔에 따르면 애플망고 빙수의 원가율은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통상 호텔 식음업장의 적정 원가율인 40%에도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원자재 값을 제외하더라도 부자재나 각종 비용 등이 워낙 많이 올랐다. 남는 게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