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KIC 사장 "인도 베트남 등 투자 확대"
한국투자공사(KIC)의 진승호 사장이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진 사장은 26일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에 대한 투자 비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투자하는 방안을 환 헤지를 포함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에 대해 올해 중국보다 인구가 더 많아졌고,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C는 그동안 아시아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지 않았다. 일본에 대한 투자 관심도 표명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절대 경제 규모가 크고 첨단산업에 대한 노하우가 확실해 좋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 등 유망한 분야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진 사장은 미국 주식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월가 사람들을 만나보니 S&P500 지수를 기준으로도 올해 예상이 3200에서 4800까지 의견이 나뉜다"며 "지금은 금리가 많이 높아진 상태여서 충격이 어디선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서 접근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미국과 빅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성장 동력이라는 얘기다. 진 사장은 미국이 연착륙을 하려면 미 중앙은행(Fed)이 지금이라도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미 국채 10년물이 경우 일정 금리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진 사장은 대체 자산의 비율을 임기 말까지 전체 포트폴리오의 2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5월 취임 전까지 15%대에 머물던 KIC의 대체투자 비중을 2년 만에 7%포인트 높여 22% 이상으로 키웠는데, 이를 추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주식, 채권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지만, 대체투자에서는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체투자에서도 인프라 투자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진 사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워츠만 회장,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 등을 만나고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여해 경제 상황과 시장동향에 대해 들을 예정이다.

진 사장은 최근 미국의 은행 혼란과 관련해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해 "400억 달러 수준의 대체 자산 가운데 사무용 부동산 비중이 10% 미만이고, 그 가운데서도 당장 손실을 본 건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두 건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전체 수익률에는5~10bp(1bp=0.01%) 수준의 영향만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