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 잃은 러시아전 참전 우크라 병사, 런던 마라톤 완주
군 복무 중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의족을 끼고 러시아와의 전투에 나섰던 우크라이나 병사가 올해 런던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구간을 완주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관련 트위터 등에 따르면 올해 26세의 로만 카시푸르가 우크라이나 대표로 전날 열린 제43회 런던 마라톤에 참가해 의족을 찬 채 42㎞ 구간을 전부 뛰었다.

그는 이를 통해 팔과 다리를 잃은 우크라이나 병사 지원 단체인 '시티즌'을 위한 모금 활동 중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후인 지난 2016년 19세의 나이로 자원입대한 카시푸르는 2019년 도네츠크에서 임무 수행 중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절단됐으나 지난해 러시아가 침공하자 의족을 낀 채 최전선에서 6주간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군 훈련 교관으로 활동 중인 카시푸르는 러시아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선기금도 모금하기 위해 런던 마라톤 참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시푸르는 PA 통신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 소식을 듣고 곧바로 전선으로 달려갔다며 자신을 통해 러시아의 침략행위를 격퇴하고 우크라이나와 세계를 지키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가족과 친척을 공격하는 러시아군의 행군은 테러와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이번 마라톤이 자신에게도 큰 도전이지만 힘들고 끔찍한 상처를 입어도 삶은 계속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런던 공공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가가 걸려 있는 것을 봤다면서 훈련 기간에 보여준 영국인들의 지지와 응원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개월간 아내와 두 아들의 응원 속에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는 카시푸르는 앞으로도 러시아의 침략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알리고 이들을 위한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다른 대회에도 가능한 한 모두 참가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카시푸르는 영국과 우크라이나 자선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번 대회 참석을 통해 시티즌에서 사용할 10만파운드(약 1억6천만원)의 기금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