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언론인협회, 언론 역량 강화 위한 국제심포지엄 개최
"차별화된 뉴스·윤리적 정당성 갖춰야 동포언론 미래 있다"
미디어의 폭발적 증가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뉴스 도입 등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동포언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와 윤리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한인언론인협회(회장 김명곤)는 25일 서울 중구 시민청 세미나홀에서 '재외언론인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조 발제에 나선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재외언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동포언론이 전하던 고국 소식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기능성을 상실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동포사회에 꼭 필요한 뉴스를 취사선택해 제공하는 차별화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단순히 정보 전달자 기능을 넘어서서 동포들이 현지 생활에서 겪는 언어 장벽, 제도에 대한 정보 부재, 문화적 차이 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설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동포 언론의 고유한 기능으로 동포사회를 하나로 묶는 구심적 역할, 자연재해나 소요 사태 등 위기 상황 시 신속한 정보 전달, 차세대 정체성 강화를 위한 한국어 교육, 동포사회 발전을 위한 여론 형성, 주류사회에 한국 알리기, 재외동포 네트워크 형성 등을 꼽았다.

한 교수는 동포 언론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언론 네트워크 활성화, 공동(pool) 취재, 현지 언론 및 한국 언론과의 교류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포언론의 영세한 특성을 감안해 자생력 확보를 위한 한국 정부의 지원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간 동포 언론 지원예산은 2억원 규모"라며 "동포 언론사가 100개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한 개 언론사에 200만원도 못 미치는 지원을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광고성 기사 등으로 인해 잃어버린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윤리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언론인과 직업윤리'를 주제로 발표한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은 "생존을 위한 광고성 기사나 거래는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다"며 "언론인으로서 직업윤리는 꼭 필요하다.

경영이 어렵고 힘들어도 언론으로서의 윤리 강령과 취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별화된 뉴스·윤리적 정당성 갖춰야 동포언론 미래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콩수요저널의 손정호 편집장은 "영세한 동포언론은 취재 역량 부족으로 분야에 따라서는 제보 또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경우도 있다"며 "동포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더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편집장은 "공관과 협력해 홍콩에서 취업과 창업에 성공한 한인들을 영상으로 인터뷰해 송고했는데 한인 유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일회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공관과 3년간 지속해서 협업을 진행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몽골에서 유비코리아타임즈를 발행하는 박창진 대표는 "세계한인언론인협회가 나서서 각국 공관의 영사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동 취재를 진행하면 동포사회에 지지도 받고 언론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캐나다 밴쿠버 소재 코리안뉴스의 이덕일 대표는 "모국의 공공기관 등이 해외 한국어방송을 대상으로 우수 영상 공모전을 열면서 입상 작품에 대해 소정의 상금을 준 후 저작권을 가져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는 동포 언론에 대한 지원과 격려가 아니라 착취"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김명곤 회장은 "동포 언론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인 정신의 회복"이라며 "해외에 살면서 많은 일 중에 왜 언론인으로 살고 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사명 의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