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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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잘 나갔던 청바지와 청재킷을 함께 입는 이른바 ‘청청패션’, 대학교명이 새겨진 티셔츠, 종아리에 걸친 헐렁한 루즈 삭스 등이 힙(멋진)한 스타일로 돌아왔다. 1020세대에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감성의 'Y2K패션 열풍'이 불면서 패션기업들이 과거 유행을 최근 스타일로 재해석한 상품과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영국 명문대 케임브리지와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패션브랜드 '캠브리지'를 공식 론칭한다.

LF는 브랜드 주 고객층으로 10대부터 20대 초·중반 연령대인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겨냥했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를 중심으로 종합 의류 라인부터 가방, 모자 등 액세서리까지 판매하는 토탈 패션 브랜드로 운영한다.
사진=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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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LF는 2008년 접은 '티피코시'를 부활시키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1990년대 당시 X세대에게 인기를 끈 티피코시는 LF의 전신인 반도패션(LG패션)이 만든 브랜드다. 당시 패션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김건모, '삐삐밴드' 등 당대 인기 가수들이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1990년대 생활상을 담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도 삼천포(김성균 분)와 윤진(도희 분)의 커플티셔츠로 티피코시가 등장한 바 있다. 전국에 210여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규모가 축소됐고 2008년 브랜드를 철수했다. LF 관계자는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새로움을 갈망하는 Z세대에게는 호기심과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리지널 브랜드 감성을 새롭게 재해석한 제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잠뱅이 홈페이지
사진=잠뱅이 홈페이지
티피코시뿐 아니라 1990~2000년대 인기를 끈 데님(청) 브랜드도 꾸준히 복귀와 실적 순항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리(Lee)', '트루릴리젼'이 돌아왔고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백화점에 줄줄이 매장도 열었다.

과거 1985년 쌍방울이 라이선스 브랜드로 들여와 1990~2000년대 뜨거운 인기를 누린 리는 2005년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된 바 있다. 이번에는 배럴즈가 라이선스를 얻어 다시 들여왔다. 2017년 국내 판매가 중단된 트루릴리젼은 스타콜라보가 국내 라이선스를 받아 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산 브랜드 매출 호조도 이어지고 있다. 브랜드 '잠뱅이'를 운영하는 제이앤드제이글로벌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4%, 202% 증가한 225억원, 27억원을 기록했다. '뱅뱅' 운영사 뱅뱅어패럴의 매출도 지난해 3% 늘어난 73억원을 기록했다.

패션업계에선 Y2K 트렌드가 개성을 중시하고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많은 Z세대의 선호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고 건강한 삶을 살자는 '보디 포지티브(몸 긍정주의)' 문화 확산 역시 Y2K 트렌드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초개인화 시대 속 각자의 취향에 기반해 발전한 다양한 트렌드들이 공존한다. 올해는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자유롭고 과감한 Y2K 패션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가운데 더욱 다양한 시대적 영감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