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참사를 견디는 유가족의 고투…신간 '궤도 이탈'
2005년 4월 25일 아침, 아사노 야사카즈는 바쁜 일 탓에 작은어머니 문병을 갈 수 없었다.

그는 아내와 여동생, 딸에게 문병을 대신 가달라고 부탁한 후 출근했다.

그것이 그들이 나눈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사노의 아내 등이 탄 JR 후쿠치야마선 열차는 운행 중 아파트와 충돌했고, 아사노의 아내와 여동생은 즉사했다.

딸은 중상을 입었다.

107명이 숨지고 562명이 다쳐 일본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된 'JR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궤도 이탈'(글항아리)은 전 고베신문 기자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마쓰모토 하지무가 JR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를 10여년간 취재해 기록한 논픽션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고는 사회적 참사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사고 발생 직후 '건널목 사고'라는 오보가 났고, 유가족은 사고 발생 후 40시간가량 배우자나 혈육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으며 사측은 사고 원인을 조직의 문제에서 찾기보다는 운전자 개인의 실수로 돌렸다.

또한 당시 사장은 유가족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최악의 참사를 유가족 아사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도시계획 컨설턴트로서 고베 대지진 이후 도시 재생에 깊이 관여해온 그는 좀 더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사고의 주요 원인은 '징벌적인 일근 교육', '여유가 없는 철도 시간표 편성', '새로운 버전의 자동 열차 정지 장치 미설치', '회사 전체의 안전 관리 체계 미비' 등이다.

사고의 조직적 구조를 분명히 밝히겠다는 아사노의 이 같은 시도는 일본에서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회사의 경영이념, 경영진의 안전의식, 지휘계통과 관리 방식, 직원 교육과 개개인의 책임감 등이 맞물린 여러 요인을 분석한 후 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 아사노의 행위는 사적 분노를 넘어 공익을 향해 나아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근본 원인이 있다.

그것을 파헤쳐야만 사고를 사회화할 수 있다.

"(아사노)
김현욱 옮김. 42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