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취임 후 기회가 날 때마다 '철도 물류 구축'을 강조해왔습니다.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철도 산업 육성 계획에도 장대한 청사진이 포함됐는데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이 적지 않아 수십년간 방치돼온 철도 물류가 되살아날 지는 의문입니다.

이유가 뭔지 전효성 기자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지난 6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가 시멘트 대란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시멘트를 나르는 물류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장기·구조적 문제'라며 철도 물류 대책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원희룡 / 국토교통부 장관: (시멘트) 운송 기사들이 원활치 않거나 그런 부분도 있나요?]

[시멘트업계 관계자: 철도 운송이 활성화 돼 있는 곳도 있지만, 운송 수단의 총량 제한에 대해서…]

[원희룡 / 국토교통부 장관: 이 부분은 구조적인 문제니까 봐야겠네요, 단기적인 (시멘트) 수급 문제와 장기적인 (물류) 문제는 이번 기회에 대책들을 세우도록…]

실제 원희룡 장관은 취임 후 철도 현장 곳곳을 찾으며 철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국토부는 최근 "철도 물류를 5년 뒤 2배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습니다.

문제는 철도 물류 활성화 방안의 현실성이 있냐는 겁니다.

① 30년간 방치된 의왕ICD…코레일-화주 분쟁도

국내 철도 물류의 핵심 기지인 의왕ICD.

원희룡 장관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 이곳에서 '화물차를 대체할 운송 수단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30년 전 철도청은 "늘어나는 육로 운송을 철도 운송으로 대체하겠다"며 이곳을 만든 뒤 주요 물류 기업에 '30년 점용 허가'를 내줬습니다.

현재 CJ대한통운, 한진 등 물류 기업들은 3.3㎡당 연간 7~8만원 수준의 이용료를 내고 사용 중입니다.

이들 기업이 다시 외부 업체에 주차장 1개면을 빌려주며 한 달에 13만원을 받는 걸 감안하면 일종의 특혜나 다름없다는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의왕ICD는 철도 물류 활성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까.

한국경제TV의 자료(심상정 의원실 제공)에 따르면, 1993년 32만 컨테이너였던 의왕ICD의 철도 물류량은 2021년 30만 5천 컨테이너로 줄었습니다.

30년간 물류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철도 물류는 4분의 1수준으로 퇴보한 셈입니다(철도 물류 분담률: 1993년 6.4%→ 2021년 1.5%).

더 큰 문제는 올해 6월이 물류 업체의 의왕ICD 30년 점용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지만, 계약 기간을 놓고 코레일과 물류 기업간 갈등이 있다는 점입니다.

물류 기업들은 의왕ICD 입주 초기 1~2년의 시간이 소요된 점을 언급하며 이만큼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점용 계약 만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다음 입주기업을 모집하는 입찰공고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올해 6월이 (계약) 마무리인데 화주들은 2년 정도 더 점용했으면 하는게 있고, 의왕 ICD 개장도 당초 계획보다 1~2년 정도 늦게 개장을 했었고…]

② KTX 2배 길이 장대열차…현실성은 '미지수'

국토부가 철도 물류를 활성화하겠다며 도입하겠다는 '장대열차'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대열차란 기존 33량인 화물칸을 50량까지 늘린 것으로 KTX보다 2배 정도 긴 화물용 열차입니다.

한 번 오갈 때 17량에 해당하는 화물을 더 실어나를 수 있으니 철도 물류의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입니다.

문제는 기존 철도 승강장이 33량을 기준으로 설계돼있어 50량 열차가 서기엔 짧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철도 승강장을 길게 개량해야 하는데,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는 이 사업을 이미 수차례 반려한 바 있다는 겁니다.

철도 물류의 효율성이 낮아 추가 비용을 투입하는 게 돈 낭비에 가깝다는 이유로 풀이됩니다.

[우정욱 / 한국교통대 교수: 대륙 철도가 연결됐을 때는 장대 열차가 필요하지만, 지금 그만한 (철도 화물) 물량이 있습니까? 지금도 물량이 없어서 문제인는데, 물량 확보를 어떻게 한다는 얘기인지…]

③ "안 되면 코레일 돈으로"…수천억대 적자는 어떻게

국토부·코레일은 장대열차 도입에 필요한 예산과 관련해 '기재부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기재부 예산 심의를 넘지 못한다면 코레일 자체 예산을 써서라도 승강장 개량을 추진한다는게 국토부의 입장입니다.

코레일은 지난 2015년부터 7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 기간 누적 적자액만 2조 4,764억원에 달합니다.

물류 부문 적자가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추가 시설 투자에 나선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의왕ICD와 기존의 철도 물류 시스템부터 효율화 작업을 거친 뒤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구교훈 / 배화여대 교수: 일단 육로를 배불리한 다음에 남는 걸 철도로 (운송)하다 보니까 철도가 안 되는 것이거든요. (의왕ICD에서) 철도를 많이 하는 회사는 점용료를 대폭 낮춰 주고, 철도를 안하는 회사는 (점용료를) 대폭 올려서 나가도록 해야죠. 고객을 차등화 하는 거죠.]

"철도 화물 분담률을 전체의 18.5%까지 올리겠다"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2020년까지 철도 화물 비중을 10%까지 높이겠다" (2017년, 제1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

지난 12년간 여러 차례 지켜지지 못한 국토부의 철도 물류 활성화 다짐, 이번에는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원희룡의 철도 사랑, 못 미더운 3가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