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승리시 차기 논의는 수면 아래로…한동훈·원희룡·오세훈 등 무게감 제고
與 패배시 '조기 레임덕' 가능성…원심력 커지며 비윤 안철수·유승민에 시선
이재명, 총선에 정치생명 걸려…승리시 '차기주자 위상 공고화', 패배시 책임론 직면
野 패배시 '6월 귀국' 이낙연 비롯 정세균·김부겸·김동연 '구원투수' 등판?
[총선 D-1년] ⑥ 차기 대권주자 '잠룡'들 명운도 총선 결과에 달렸다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차기 대권 '잠룡'들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동력과 당 장악력이 한층 강해지면서 차기 대권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에 머무를 수 있다.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소수당에 머물러 있던 국민의힘이 과반 확보로 제1당 지위를 되찾게 되면 '차기 권력'보다는 거야(巨野)의 벽에 막혀왔던 입법 과제 추진에 총력을 쏟을 공산이 크다.

다만,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총선에서의 승리는 윤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게 차기 대권주자로서 무게감을 더해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내각의 '잠룡'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명된다.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사단'으로 함께한 한 장관은 당내에서 '총선 역할론'이 꾸준히 언급될 만큼 정치적 주목도가 높은 인물로, 원 장관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 여의도 입성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최초 4선 서울시장'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차기 잠룡 중 한 명이다.

오 시장이 총선에서 측근 그룹 여의도 입성을 통한 차기 대선의 발판 마련에 성공할지도 관심이다.

또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석패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3·8 전당대회에 당 화합·통합을 강조하며 불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잠룡' 존재감이 더 부각될 걸로 보인다.

[총선 D-1년] ⑥ 차기 대권주자 '잠룡'들 명운도 총선 결과에 달렸다
반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하면 윤 대통령 '조기 레임덕' 전망까지 나오면서 원심력도 커져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비주류 잠룡에 시선이 더 쏠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비윤계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 한일정상회담 등 각종 현안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서슴지 않으며 현 주류와 거리를 둬왔다.

유 전 의원은 올해 초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계, 대통령실과 갈등 끝에 '비주류' 길을 걷게 된 안철수 의원도 총선 패배시 여권 내 대안 세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8대 대선부터 10년 넘게 유력 대권주자로 손꼽혀온 만큼, 수도권 지역구와 20·30 청년세대와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을 앞세워 대권 행보에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총선 D-1년] ⑥ 차기 대권주자 '잠룡'들 명운도 총선 결과에 달렸다
야권에선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거취가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 대선에서 0.74% 포인트(p) 차이로 석패한 이 전 대표는 대선이 1년 지났지만, 여전히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 대표는 20%로 1위를 차지했다.

여권 후보군의 한명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11%)보다도 두 배가량 높은 선호도다.

(2월 28일~3월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명 대상 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이 대표는 169석 거야(巨野)의 수장으로 변신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사법리스크로 인한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로 당 장악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간판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 대표는 야권 내 유일무이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정치적 입지뿐 아니라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과반의 승리를 거둘 경우 검찰이나 재판부도 부담을 느낄 것이다.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 대표는 날개를 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체포동의안과 재판 국면 등을 계기로 언제든 이 대표 '퇴진론'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질서있는 퇴진론'도 거론된다.

연말께 총선 승리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비슷한 시나리오다.

당시 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치렀고, 새누리당에 승리를 거뒀다.

만약 민주당이 총선에 패배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이재명 책임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비명계의 거센 반발과 함께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과반 달성에 실패하거나 국민의힘에 몇 석이라도 뒤지는 결과가 나오면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어려워질 뿐 아니라 수사·재판에서도 고난의 행군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구원투수'로 잠룡들이 떠오를 수 있다.

[총선 D-1년] ⑥ 차기 대권주자 '잠룡'들 명운도 총선 결과에 달렸다
한때 대선주자 1위를 달렸던 이낙연 전 대표는 1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오는 6월 귀국길에 오른다.

지난해 6월 미국으로 떠나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귀국을 앞두고 외교 관계에 대한 글을 SNS에 활발하게 올리고, 잇따라 강연을 진행하면서 이 대표의 정치 복귀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르면 이달 말 한국의 대외관계와 외교 문제 등을 다룬 저서도 출판할 계획이다.

귀국을 앞두고 거시적 외교 담론을 던지는 것을 두고 향후 대권 행보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량급 정치인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의 역할론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강연하는 등 해외 대학의 초청을 받아 잇따라 강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고, 최근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정책 포럼인 '사의재' 고문을 맡는 등 정치 행보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총리 역시 지난 1월 김성식 전 의원과 대담 형식의 강연을 진행했다.

야권 인사로는 드물게 TK(대구·경북) 출신인 만큼 여야를 아우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김동연 경기지사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다.

김 지사는 최근 SNS 글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공개적 쓴소리를 하는 등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