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베어스턴스 반등
2008년 vs 2023년.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이달 초 15년 만에 미국에서 뱅크런이 일어났다. 그리고 2주간 미국과 유럽 금융당국의 필사적인 개입으로 위기가 어느 정도 잦아든 분위기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1% 이상 올랐다. “미니 은행 위기는 숨겨진 축복(a blessing in disguise)”이란 분석마저 나왔다. 은행 위기가 미 중앙은행(Fed)의 거침없는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어 과도한 긴축과 경기 침체를 막을 것이란 낙관론이다. 기술주는 랠리를 펼쳤다. 이날까지 올 들어 애플은 29%, 엔비디아 89%, 테슬라는 79% 뛰었다.

위기의 끝인가. 가장 최근 뱅크런이 있었던 2008년을 복기해보자.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가장 먼저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다. Fed는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결국 무너졌다.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은 “하반기에 경제성장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위기는 베어스턴스로 끝나지 않았다. 패니매, AIG 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해 9월 결국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 베어스턴스가 무너진 뒤 그해 여름까지 S&P500지수는 15% 상승했다. 더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는데도 시장은 엉뚱한 낙관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미국 투자자문사 RIA어드바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뉴욕증시의 랠리를 ‘베어스턴스 반등(The Bear Sterns Bounce)’이라고 했다. 주가가 오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다. 사실 인플레이션은 해결되지 않았고, 은행 위기도 진행형이다.

금융위기와 관련한 고전으로 꼽히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저자 찰스 킨들버거는 위기의 전개 양상에 대해 이렇게 썼다. “어떤 충격이 경기 확장을 야기하고, 곧이어 경기 호황이 온다. 풍요로움을 만끽한다. 이어 자산가격 상승이 멈춘다. 자산가격 하락이 시작되면 불안심리가 자라난다. 이는 규칙적으로 되풀이되기에 생물학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광기와 같은 유례없는 유동성 확장, 그리고 뱅크런 패닉이 있었다. 더 큰 붕괴가 우리를 기다리는가. 올해만큼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