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6년 만의 민방위훈련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한 것은 항공기가 등장하면서다. 적진이나 적의 영토를 공중에서 때리는 공습(空襲) 때문이다. 폭격기로 대량의 폭탄을 투하하는 공습은 도심 주요 시설과 군수공장, 발전소, 댐, 통신시설 등 전략적 타격 목표를 광범위하게 파괴함으로써 적을 무력화한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의 충칭 대공습, 제2차 세계대전 때 미·영 연합군의 독일 드레스덴 폭격,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의 도쿄 대공습 등이 대표적이다. 공습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고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희생되는 문제도 초래한다. 군인 전사자 대비 민간인 사망자 수가 6·25전쟁은 5배, 베트남전쟁은 20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현대전에서는 공습 수단이 폭격기뿐만 아니라 미사일, 폭격드론 등으로 다양해져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 도심으로 날아온다면 최소 수십만 명이 죽거나 다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장사정포, 방사포, 전술핵미사일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쏜다면 한국형 3축 체계로도 모두 막아내기는 어렵다.

피해를 줄이려면 공습경보에 따라 신속히 방공호나 대피소, 지하공간 등으로 피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평소에 대피 요령을 익혀둬야 하는데 공습 대비 훈련을 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민방위기본법은 민방위의날인 매월 15일에 전시, 재난 등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내내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훈련의 필요성과 경각심은 늘 강조했어야 마땅하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으나 주민들이 공습 사이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던 것은 심각한 안보 불감증의 결과다.

6년간 중단됐던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오는 5월 16일과 을지연습 기간인 8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에서 실시된다고 한다. 훈련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주민 이동과 차량 운행이 15분간 통제되고, 시민들은 가까운 지하 대피소로 대피해야 한다. ‘연습은 실전처럼’이라는 말처럼 ‘훈련은 실제 상황처럼’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