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 향후 10년간 신규 시설 투자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발표했다. 제한적으로 증설 투자를 허용하고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량 증가는 용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중국 공장 규모를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서 기술 개선을 도모하는 형태로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는 21일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세부 조항을 공개했다. 관심을 끈 사항인 위험국가(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는 엄격한 ‘투자 제한’ 조치가 적용된다. 미국 투자의 대가로 미 정부에서 1억5000만달러 이상 보조금을 받게 되는 기업들은 이 조항을 적용받는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가드레일 세부 조항을 보면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선폭(회로 폭)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미만 D램’ 등 첨단 공정에 대한 규제가 더 강하다. ‘10년간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을 투자해 현행보다 중국 공장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5% 이상 늘릴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통 공정의 경우 웨이퍼 투입량 증가폭은 ‘10년간 현행 대비 10% 이내’로 제한된다.

웨이퍼 투입량을 규제한다는 것은 공장 생산능력 확대, 즉 증설을 막겠다는 의미다. 사실상 신규 시설 투자를 금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도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용 장비 및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때는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중국 수출을 금지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들은 규제 적용과 관련해 1년 유예 조치를 받았지만 올해도 유예를 받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중국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에선 ‘현상유지’만 하라는 뜻”이라며 “퇴로를 열어줄 테니 철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일부 기업의 경우 사업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기업들이 수출통제를 준수하고 수출통제기관의 허가가 있는 한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황정수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