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몰락으로 스위스가 금융분야의 바나나 공화국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CNBC와 마켓워치에 따르면, UBS의 크레디트 스위스 인수에도 크레디트의 관리 부실과 코코본드 이슈에 따른 긴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리서치 회사인 오피마스의 CEO인 옥타비오 마렌지는 “금융중심지로서 스위스의 위상이 산산조각 났다”며 스위스는 이제 “금융 바나나공화국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코코 채권의 처리. 긴급 인수 조건에 따라 조건부 전환 채권 또는 코코 본드로 알려진 AT1에 해당하는 170억달러 규모의 채권 가치를 0으로 상각한 것이다.

코코 본드는 은행의 자본비율이 떨어지는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으로 전환되기에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한다. 은행은 자본금에 포함할 수 있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이 자본 버퍼를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통상 회사가 부도나면 남은 자금에 대한 지급 순위에서 채권 보유자는 주식 보유자보다 선순위인 금융 상식이 UBS 인수과정에서 무너졌다. 주식도 아직 가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채권의 가치가 0이 되버린 것이다.

이 조치로 크레디트 스위스에 투자했던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 를 포함, 다수의 채권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됐다.

ECB(유럽중앙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비토르 콘스탄시오는 트위터를 통해 "스위스 당국의 이 조치는 결과적으로 실수이며, 법정 소송감"이라고 지적했다.

2,5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코코본드 시장이 일시에 술렁거리자,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은행감독청 및 영국의 영란은행까지 21일 채권보유자가 주주보다는 후순위임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스위스는 EU회원국이 아니라 이 같은 입장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

이 조치는 이미 월요일부터 채권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글로벌 로펌 퀸 에마뉴엘은 이와 관련, 크레디트 스위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이 날 밝혔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