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 압박이 커지자 정비사업 조합들이 자발적으로 ‘무상옵션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서울 내 재건축 공사비가 3.3㎡당 700만원을 넘어서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옵션 철회에 나선 조합들은 “조합원 부담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이지만, 일부는 “약속했던 고급화를 취소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시공사로부터 기존 3.3㎡당 487만원이던 공사비를 75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비율로 따지면 54% 인상률이다. 조합과 시공사 간 다섯 차례에 걸쳐 협상이 이뤄졌지만 이견을 좁히진 못했다. 일부 고급화 옵션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3.3㎡당 30만원가량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단지는 시공사 선정 당시에는 빌트인 가전과 붙박이장 설치 등 가구 내 옵션뿐 아니라 무인택배함 등 단지 내 편의시설 무상 제공을 제안받았다.

동대문구의 한 재건축 조합 역시 최근 공사비 인상폭을 낮추기 위해 커뮤니티 시설 축소를 검토하고 나섰다. 조합 관계자는 “3.3㎡당 700만원에 근접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최근 원자재값 안정에도 전체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1월 말 기준 149.89까지 상승했다. 2년 전(123.84)과 비교하면 21% 올랐다. 작년 12월 지수는 소폭 감소했는데, 에너지 비용이 오르며 올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면 강남권에서는 높은 공사비에도 고급화를 고수하는 사례가 있다. 서초 반포동의 한 재건축 단지는 공사비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고급화 설계를 유지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반포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준공 후 가격 경쟁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고급화 시설 유지도 경쟁력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