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교본 따라 정보 활용"…와그너 세력 확장에 공세적 대응
美, 차드 대통령에 암살설 흘리며 아프리카서 러와 '맞대결'
미국이 최근 차드 대통령에게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의 암살 기도설을 경고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양 대국이 신냉전 조짐을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에게 와그너가 인접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결집한 차드 반군을 지원해 그를 암살하려 한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암살 대상에는 고위급 대통령 보좌관 3명도 포함됐다.

당초 암살설은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먼저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월 러시아는 와그너가 데비 대통령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데비 대통령이 오는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최하는 제2차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4주 후에 미국 관리들은 데비 대통령에게 와그너의 암살 계획과 관련, 비밀해제된 증거를 보란듯이 제시했다고 한 고위급 차드 관리가 익명으로 밝혔다.

그는 데비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친러시아 세력이 형성된 것과 관련, 데비 대통령의 이복형제인 세이드 데비 전 국영에너지 회사 사장이 지난 한해 모스크바를 3차례 방문하고 최소한 한 차례 와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만났다고 전했다.

세이드 데비와 차드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차드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다 합친 것보다 큰 국가로 지난 수십년간 반건조 사헬 지역에서 프랑스의 동맹이었다.

美, 차드 대통령에 암살설 흘리며 아프리카서 러와 '맞대결'
미국이 민감한 정보를 아프리카 국가수반과 나누고 이를 외부로 흘린 것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러시아가 이룬 성취를 방해하기 위해 새로운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는 교본을 아프리카에서 모방하고 있다.

미국은 기밀 정보를 이용해 러시아의 군사 계획을 폭로하고 중국이 러시아에 새로운 무기를 공급하려 한다면서 이 계획을 미연에 방지한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이같이 좀더 강력한 미국식 접근은 최근 수년간 말리, 중아공 등이전 식민지에서 러시아에 자리를 내주며 흔들리고 있는 프랑스의 입장을 보강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는 차드 대통령 암살 음모는 크렘린궁의 후원을 받는 와그너가 아프리카에서 러시아 이익을 진전시키기 위해 펼치는 "새로운 장"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프리고진은 주로 취약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용병을 보낸 대가로 금전과 현지 다이아몬드 채굴권 등을 얻었으나 이제는 자신의 길에 방해가 되는 지도자를 전복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이 관리는 말했다.

이 같은 변화된 양상에 발맞춰 미국도 우크라이나에서 썼던 것처럼 보다 공세적인 수단을 써 아프리카에서 프리고진의 세력 확장을 둔화하고 제한하며 뒤바꾸려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니제르를 방문해 "와그너가 있는 곳에서는 나쁜 일들이 꼭 벌어진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니제르 등 사헬지역에 1억5천만 달러(약 1천967억 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 고위인사로는 올해 네 번째로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이미 재닛 옐런 재무장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질 바이든 여사가 일정을 마쳤고, 이달 말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나, 탄자니아, 잠비아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올해 중 아프리카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도 이에 질세라 올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말리 등 아프리카가 7개국을 돌면서 우군 만들기에 나섰다.

최근 유엔 표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아프리카 국가는 30개국인 반면 22개국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 같은 양 강대국 각축은 냉전시절 미국과 옛소련이 독재자를 포함해 아프리카 라이벌 지도자들을 경쟁적으로 지원한 것과 같은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미국과 러시아 중 어느 한쪽 편을 지지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