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고래', 영국 부커상 후보 올라…정보라에 이은 쾌거
19년 전 소설로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
시나리오 작가 출신 소설가…지난해 영화감독 데뷔도
[고침] 문화(천명관 '고래', 영국 부커상 후보 올라…정보…)
천명관(59) 작가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후보에 올랐다.

부커상 홈페이지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천명관 작가의 '고래'(2004)를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로 발표했다.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김지영 번역가도 함께 명단에 올랐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천 작가를 "8개국 언어로 번역된 작품을 쓴 한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후보작인 '고래'에 대해서는 "한국의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래'는 세 인물의 삶을 따라간다"며 "전근대 사회에서 탈근대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 과정에서 한국이 겪은 변화를 재조명한 풍자적 소설"이라고 평했다.

소설 '고래'와 '나의 삼촌 브루스 리'로 알려진 천 작가는 1964년 경기도 용인 출신으로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30대에 충무로 영화사에 들어가 영화 '총잡이'와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마흔 살에 처음 쓴 단편 소설 '프랭크와 나'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고래'로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뒤 소설가로 살던 그는 지난해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를 했다.

이번 후보 지명은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와 1차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에 이은 쾌거다.

이들에 앞서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으며 2018년에는 '흰'으로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2019년에는 황석영의 '해질 무렵'이 이 부문 1차 후보에 선정됐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며 2019년까지 맨부커상으로 불렸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작품에 공동 기여한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금(5만 파운드)을 균등하게 지급한다.

1차 후보로 롱리스트 13편을 발표한 뒤 최종 후보인 쇼트리스트 6편을 선정한다.

올해 1차 후보에는 '고래'와 함께 중국 작가 조우 징즈의 '나인스 빌딩'(Ninth Building),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지미 헨드릭스 라이브 인 르비브'(Jimi Hendrix Live in Lviv), 프랑스 작가 마리즈 콩데의 '더 가스펠 어코딩 투 더 뉴 월드'(The Gospel According to the New World), 코트디부아르 작가 가우즈의 '스탠딩 헤비'(Standing Heavy), 불가리아의 작가이자 시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 등 12개국 작가 열세 작품이 선정됐다.

마리즈 콩데는 이 책을 번역한 남편 리처드 필콕스와 함께 후보에 올랐다.

심사위원단은 후보 명단에 대해 "역대 최고령 작가를 비롯해 영화감독과 시인 4명, 전직 보안요원 2명 등이 후보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최종 후보작 6편은 4월 18일 발표되며 수상작은 5월 23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가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