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이 '엄지 척'한 퍼스텍…"이젠 무인기다"
품질평가 2년 연속 최상위 등급
K방산 열풍에 작년 매출 17%↑
수주 잔액 1조…8년치 일감 쌓여
"유도무기·무인기 결합 제품 개발"
13일 경기 성남 분당사무소에서 만난 손경석 퍼스텍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미국 항공기 제조 및 방산 업체 보잉의 품질평가는 매년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5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국내 방산 대기업이 실버 등급을 획득한 데 비해 퍼스텍은 2021년과 2022년에 가장 높은 골드 등급을 받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퍼스텍은 보잉과 벨이 개발한 틸트로터 수송기 오스프리에 와이어하니스를 공급하고 있다. 와이어하니스는 무인기에서 각각의 전자장치 간 전원과 신호를 전달하는 배선 장치다. 우리 몸의 혈관과 같은 기능을 한다.
1975년 제일정밀공업으로 출발한 퍼스텍은 항공우주 및 유도무기 전문 방산업체다. 1998년 부도를 내기도 했지만 2003년 후성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100% 방산업체가 됐다. 20㎜ 벌컨포 제작으로 처음 방산에 뛰어든 퍼스텍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사진) 등 국산 무기 핵심 구성품을 제작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메커트로닉스(기계·전자 통합) 업체다.
국내 방산 대기업들은 지난해 대규모 수출 성과를 냈다. 폴란드가 국내 방산기업과 맺은 계약액이 약 21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K방산 열풍’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퍼스텍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상 장비의 패널, 항공기의 와이어하니스 등 주요 방산 대기업 무기에는 퍼스텍의 손길이 묻어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손 대표는 “폴란드에서 대규모 물량을 요구하면서 수출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퍼스텍은 경남 창원공장에 지난해부터 1만3200㎡ 규모 건물을 증축하고 있다. 착공 당시만 해도 3300㎡ 정도 여유 공간을 계획했지만, 수주 물량이 계속 늘어나 남은 공간까지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손 대표는 “기존 수주 잔액이 6000억원이었는데 여기에 5000억원이 순식간에 추가됐다”고 했다. 7~8년 후까지 생산해야 하는 물량이 남았다는 설명이다.
퍼스텍의 다음 타깃은 무인기다. 무인기를 제작하는 그룹 계열사인 유콘시스템과 퍼스텍의 유도무기 기술력을 결합해 상승효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손 대표는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무인기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유도무기와 무인기를 결합한 제품에 도전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산기업이 대부분 부산·경남 지역에 몰려 있는 까닭에 인력난이 적지 않다. 손 대표는 “방산 비리 우려 탓에 군 출신의 방산기업 재취업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다”며 “군 출신 인재들을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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