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1천명당 로봇 10대 증가하면 재해근로자 8% 감소
노동집약적·위험업무 대체 효과…근로자 주관적 건강상태도 개선
로봇 도입 확대로 2010∼2019년 재해근로자 4만1천명 줄었다
노동집약적이고 위험한 업무를 중심으로 로봇 도입을 확대하면 육체직무 종사자 비중을 낮춰 재해근로자 수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김혜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7일 'BOK 경제연구'에 실린 '로봇도입이 산업재해와 근로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로봇을 도입하면 무거운 물체를 운반하거나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 근골격계 위험을 낮추고 용접 공정, 위험 물질 처리 등을 대신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산업용 로봇 설치와 수리, 준비, 점검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재해를 당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대수를 나타내는 로봇 밀집도가 932대로, 싱가포르(605대), 일본(390대), 독일(371대), 미국(255대) 등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평균은 126대였다.

논문은 2010∼2019년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보상보험 통계, 국제로봇협회의 산업용 로봇도입 자료,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 등을 이용해 로봇 도입 확대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회귀분석 결과 이 기간 로봇 도입이 많이 늘어난 지역에서 여타 지역과 비교해 산업재해 발생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근로자 1천명당 로봇대수(로봇노출도)가 1표준편차(9.95대) 증가했을 때 근로자 100명당 재해근로자 수는 8% 감소했다.

특히 업무상 부상으로 인해 신체 등에 장해가 남는 경우에 지급하는 장해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16.9% 줄어 감소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2010∼2019년 늘어난 로봇 도입으로 인해 4만1천245명(연간 4천124명)의 재해근로자가 감소했는데, 이는 재해보상비용 5천738억원을 줄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로봇 도입 확대로 2010∼2019년 재해근로자 4만1천명 줄었다
이같은 재해근로자 감소는 로봇이 노동집약적이고 위험한 업무를 대체, 근로자 중 육체직무 종사자 비중이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로봇노출도가 1표준편차 증가했을 때 지역의 육체직무 종사자 비중은 0.36%포인트(p) 하락했다.

논문은 "로봇 도입이 많이 증가한 지역에서 근로자의 주관적 건강 상태 개선이 발견됐다"면서 "특히 로봇이 많이 도입되는 근로환경에서 일하는 저학력(고졸 이하) 근로자에게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논문은 "산업재해 감소, 근로자의 건강 개선 등 산업용 로봇의 긍정적 효과를 새롭게 발견한 만큼 추후 기술 도입 관련 정책 수립에 이러한 편익을 고려해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