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일일일" 꿈의 주4일제, 우리도 될까 [전민정의 출근 중]


● 급여 안깎는 주4일제 해보니…워라밸·생산성 'UP'

얼마 전 영국 기업들에서 진행됐던 세계 최대 규모의 '주4일제' 실험이 화제가 됐습니다. 주4일제를 둘러싸고 생산성과 임금 하락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 더욱 주목을 받았는데요.

노동 관련 싱크탱크인 오토노미(Autonomy)을 주축으로 한 공동연구팀이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기업 60여곳을 대상으로 주4일, 평균 34시간을 근무하는 방식의 근무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단, 기존 주 5일 근무할 때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급여 수준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조건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참여 기업 10곳 중 4곳의 수익이 실험 이전보다 평균 3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원들의 이직, 병가, 휴직, 결근 비율도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절반 아래로 줄었고요.

기업 입장에서 생산성이 늘었다면, 직원들 역시 주당 근무일이 짧아지면서 만족감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직원 71%는 "번아웃(탈진)이 사라졌다"고 답했고, 40%는 "불면증 등 수면 장애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결국, 6개월간의 실험 결과 참여 기업들 중 92%가 주 4일 근무제를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이들 중 18개 회사는 향후 영구적으로 주 4일제 근무 환경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주4일제' 도입한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
IT·교육 기업 중심 한국도 속속 도입 중…"행복지수 올랐다"

'꿈의 주4일제'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건 해외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기업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주4일제를 도입한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원행복지수' 조사를 진행해보니 주4일제 도입 전보다 점수가 6점이나 더 올랐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는 일하기 좋은 기업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조사 이래 역대 최고 점수를 받았고 채용 지원율도 14배나 상승했습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선 IT(정보통신)과 교육 업종, 특히 벤처·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주 4~4.5일제를 도입하고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대표적으로 CJ ENM, 토스, 여기어때, 보안업체 슈프리마, 금성출판사, 한국P&G, 수퍼트리 등이 있습니다.

● 정부,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본격화…"주4일제 가능하게"



"월화수목일일일" 꿈의 주4일제, 우리도 될까 [전민정의 출근 중]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에서 먼저 도입 움직임이 나타난 '주4일제'는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선택적 시간근로제(선택근로제)'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노동개혁을 위한 국정과제로 '근로시간 유연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선택근로제 확대 방안 마련도 추진되고 있는데요.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토론회를 열어 근로자가 선택근로제로 근로시간을 더욱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택근로제로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시차출퇴근, 주4일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현재 3개월로 돼 있는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확대하고,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선택근로제 적용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근로시간 늘어야 생산성 높아지는 곳도 있다?



"월화수목일일일" 꿈의 주4일제, 우리도 될까 [전민정의 출근 중]




'월화수목일일일'을 현실화할 수 있는 주 4일제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복지'로 꼽힙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 등이 활성화되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벨이 일상의 우선 순위로 등장하면서 주4일제에 대한 수요와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인데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주4일제를 실현하기엔 법적, 제도적으로, 또 현실적으로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선택근로제의 전제조건부터 그 한계가 분명합니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스스로 총 근로시간 범위 안에서 일하는 시간을 직접 정할 수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업무시간 조율이 가능한 IT·스타트업 업계 등에서 먼저 활성화되고 있는 거고요.

반대로 근로시간이 길수록 생산성이 늘어나는 구조인 제조업체들의 경우엔 근무시간을 줄이는 주4일제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감이 몰리는 시기엔 공장을 더 돌려야 하기에 특근, 추가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죠.

사업주는 범법자가 되고 근로자는 꼼수야간을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노사가 원하면 '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부여해 현재 주 52시간에서 최대 주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영국 사례 처럼 오히려 쉬는 시간이 많을 수록 직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 기업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의 현실에선 통하지 않기에 업종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겠죠.

특히 그렇잖아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제조업의 경우엔 주 4일제 도입이 확산될수록 우수 인력들이 취업을 기피해 인력난이 심화되는 풍선효과까지 우려됩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주4일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줄어 임금도 함께 줄어들 수 있기에 이를 반기지 않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테고요.

또 선택근로제는 기본적으로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측의 서면합의가 필수라고는 하지만, 회사의 방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월화수목일일일" 꿈의 주4일제, 우리도 될까 [전민정의 출근 중]
지난해 10월에도 이와 관련된 해프닝이 있었는데요. 교육종합기업 에듀윌은 직원들의 동의 없이 3년 동안 유지한 주 4일 근무제를 철회하고 다시 주 5일 근무제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알렸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갑작스러운 회사의 근무제 변경에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을 통해 분노를 쏟아냈고, 결국 회사 측은 20일 만에 주 5일제 시행은 없던 일로 하고 주 4일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주4일제를 본격 도입하기에 앞서 노사간, 나아가 충분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월화수목일일일" 꿈의 주4일제, 우리도 될까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