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병언 기자
사진=김병언 기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했다.

총 8명으로 구성된 소위의 과반을 점한 민주당(4명)·정의당(1명)이 의결을 주도했다. 3명의 국민의힘 위원들이 법안 처리에 반발하면서 의결 직전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여당이 강력 반발을 하면서 추후 국회 운영도 파행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개정안, 무슨 내용 담겼나

개정안은 먼저 예상대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법 2조 2호 개정안에서는 근로 계약을 직접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경우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여하는 원청도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가 된다.

이처럼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하청 노조가 원청의 사업주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 경우 원청 사업주가 교섭을 거부하거나 이의가 발생한 경우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안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하청 노조가 원청의 사업장에서 파업을 하는 것도 가능해 질 전망이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관을 점거하는 것도 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쟁의행위의 범위도 넓어진다. 노동쟁의 범위와 관련한 2조 5호에서는 '근로조건의 결정'이란 내용을 '근로조건'으로 변경했다.

'결정'이라는 문구 하나가 빠졌을 뿐이지만 쟁의행위의 범주가 크게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단체협약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만 쟁의행위(이익분쟁)가 가능했고, 이미 결정된 조항에 대해 쟁의행위(권리분쟁)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이제는 노사가 합의로 결정이 된 조항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미 노사 합의된 단체협약의 경우, 단협의 이행과 관련해서는 현행법 상으로는 법원에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을 뿐 파업 등 쟁의행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단체협약의 이행에 대해서도 파업을 해도 불법파업이 되지 않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근로조건'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너무 넓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채용, 정리해고 등은 물론 경영자의 권한인 인사, 업무 내용 결정도 '근로조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석에 따라 파업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

노조에 손배 청구하려면 '개별 조합원' 마다 위법 행위 입증해야

노조법 3조 개정안도 조항을 일부 신설해서 변화를 줬다.

법원이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정길채 민주당 노동전문위원은 "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를 민사상 공동불법행위로 부진정연대책임을 인정해 왔다"며 "사용자가 이를 악용해 노조 탈퇴나 권리 포기 시 소를 취하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권을 제약함에 따라, 연대책임의 법리를 완화해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자 각 배상 의무자별로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려 해석하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원칙인 '부진정연대책임'에 대한 예외를 부여한 것이다.

사업주의 손해배상 청구권 내용을 직접 제한한 게 아니라 법원에 대해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한 규정이고, 입증책임도 여전히 사업주가 지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는 조항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 질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원 여러 명이 공동으로 불법파업을 하는 경우 각 개별 조합원들이 파업 과정에서 어떤 행위를 했고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를 하나하나 설시하라는 뜻"며 "결국 사업주가 법원에 이런 걸 입증해서 알려줘야 하는데, 손해배상 입증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면서 회사의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불법행위 조장법' 비난 여론 의식했나...'대폭 축소'

이번 법안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지만, 애초에 2·3조 개정안의 핵심으로 알려졌던 3조의 개정 폭이 크게 줄어든 점도 눈에 들어온다.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범위 자체를 좁히는 내용은 대거 누락됐다. 야당이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는 여론의 지적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법안 통과를 현실적으로 가능케 하려는 '한 수'라는 평가다.

그렇다 하더라도 2조 2호의 '사용자성 확대'와 2조 5호의 '쟁의행위 범위 확대'의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의 주체도 하청 노조까지 넓어졌는데, 파업 대상까지 넓어지면서 '합법파업'의 영역이 대폭 확대되면서, 불법파업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될 공간 자체가 줄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법안의 의미가 다소 불명확하면서 법적 분쟁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질적 지배력'을 어떤 식으로 판단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

2조 5호의 '근로조건'도 확장 해석이 가능하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정리해고 반대, 노조의 인사개입 등도 넓게 보면 근로조건인데 이를 모두 포함해서 해석한다면, 하청 노조가 자신들의 인사권 문제를 위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의미가 불분명한 조항이 많고, 해석에 따라 파업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서 법적 분쟁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조만간 환노위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의결할 계획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