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빙그레·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빙그레·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매일 유머 사이트를 뒤집니다. '괴식 유튜버' 동영상 구독은 필수지요."

한 식품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별난 식문화' 정보를 수집하는 게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이른 바 '유머짤'이라 불리는 유머사이트의 글을 보고 실제 제품화된 사례도 있다. 빙그레가 지난 3일 출시한 ‘꽃게랑 간장게장맛’은 상품기획자(MD)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연구소와 협업해 내놓은 제품이다. 한 유머사이트에서 "꽃게랑 게장을 만들어 먹었다"며 실제 간장에 꽃게랑 스낵을 담궈놓은 사진이 퍼지고 있었던 것.

1986년 출시된 꽃게랑은 소금으로 구운 꽃게 모양의 과자로 37년간 여러 차례 변신을 시도한 적이 있다. ‘꽃게랑 오리엔탈 커리’, ‘꽃게랑 김’ 등 새로운 맛을 내놓기도 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특별하고 이색적인 맛과 재미를 구현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된 간장게장맛을 기획했다"며 "고유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되 간장에 담근 듯한 색과 간장 전통의 깊은 맛을 추가했다"고 했다.

빙그레 뿐 아니라 많은 식품업체들이 신제품을 연구하기 위해 SNS나 유튜브 등에서 떠도는 정보들을 찾고 있다. "식품분야가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기존 제품을 활용해 색다른 맛과 마케팅을 조합하는 방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동아오츠카가 분말을 활용한 '따뜻한 포카리스웨트'를 내놓은 것이나 삼양식품이 여러가지 유행 식재료를 결합해 '바질 크림 불닭우동'을 출시한 것 등도 이 같은 움직임에 부합하는 사례로 꼽힌다.
사진=농심켈로그
사진=농심켈로그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부조화스러운 맛의 결합이나 B급 감성을 입힌 식품을 먹어본 후기를 SNS에 올리는 문화가 형성되며 해당제품은 자연스럽게 '입소문 마케팅' 수혜를 입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한정 판매된 농심켈로그의 '파맛 첵스'다.

켈로그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첵스초코'에 파맛을 입힌 제품으로 출시 첫날부터 완판행진을 벌이며 한 달 반만에 42만팩이 판매됐다. 첵스초코의 가장 최근 제품인 '첵스초코 문앤스타'가 출시 한 달동안 누적 15만팩이 팔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당시 파맛 첵스의 황금레시피와 후기는 각종 SNS와 블로그를 뒤덮었다. 시리얼을 우유에 넣어먹지 않고 설렁탕이나 부침개, 라면 등에 넣어 먹는 등의 후기다.

하지만 라임향 라면, 소다향 호빵, 민트초코 치킨 등 상당 수의 괴식 콘셉트 제품들이 혹평을 받으며 사라지기도 한다. 또 구두약 초콜릿이나 딱풀 캔디 등 생활용품으로 착각할 수 있는 협업제품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로 판매 중단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파격적인 제품일수록 대박 또는 쪽박의 모험을 해야한다"며 "무리한 시도로 고유의 정체성을 해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는 사례도 없지는 않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