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대부분 고령…권영세, 작년 北에 회담 제안했지만 '묵묵부답'
남북관계 전반적으로 풀리지 않으면 이산가족 문제 진전 어려울듯
'아물지 않은 상처' 작년 숨진 이산상봉 신청자 3천600명 넘어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북녘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숨진 사람이 작년에만 3천6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사망한 이는 총 3천647명이었다.

지난달 말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총 13만3천675명인데 이 가운데 생존자는 31.8%(4만2천624명)에 불과하다.

생존한 신청자도 대부분 고령이다.

90세 이상(28.5%)과 80∼89세(37.1%)가 가장 많으며 70∼79세는 19.2%, 60∼69세는 9.3%, 59세 이하는 6.0% 정도다.

게다가 이는 남쪽에 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만 대상으로 한 숫자여서 북한까지 포함하면 이산가족 규모는 훨씬 늘어나게 된다.

북한의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고 평균수명이 남한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녘에선 많은 이들이 가족과 재회를 기다리다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물지 않은 상처' 작년 숨진 이산상봉 신청자 3천600명 넘어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8월 처음 시작돼 2018년 8월까지 총 21회 열렸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면서 5년 가까이 재개되지 않고 시간만 흐르고 있다.

2018년 9·19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 상봉, 영상 편지 교환은 전혀 시행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와 남측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반감으로 국경을 꽁꽁 봉쇄해 민간 차원의 교류도 전무하다.

사실 역사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그 자체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초 남북의 첫 대화인 적십자회담은 이산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사 확인은 어떻게 하고 상봉은 어떻게 할지 논의하며 남북 간 소통의 매개가 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이를 고려해 지난해 9월 추석 직전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이후 대북 통지문 발송을 시도했지만, 북측이 이를 수신하지 않으면서 회담 제안은 유야무야됐다.

권 장관은 지난달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새해 업무계획을 설명하며 "이산가족 문제에도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북한과 물밑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풀리지 않는다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