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겔싱어 인텔 CEO. 사진=AFP
펫 겔싱어 인텔 CEO. 사진=AFP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산업을 아시아에 의존한 건 서방의 실수였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EU가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개선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겔싱어 CEO는 “30년 전에는 미국과 유럽이 전세계 반도체 칩 생산량의 8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아시아가 80%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개선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며 “반도체를 소수의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건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과 같은) 세계 위기가 공급망 실패를 깨닫게 만든 계기가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급변한 반도체 시장 환경에 대해선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경기의 순환 주기는 (투자에서) 장기 고정 비용이 필요한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이상한 게 아니다”며 “한 번 상승하면, 또 한 번 내려가곤 하는데 지금은 내려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요는 줄고 있지만고 투자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겔싱어 CEO는 “단기적인 감산은 해야겠지만 장기적인 자본 투입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며 “단기적인 경기 순환을 고려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모든 전략적 투자는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기차(EV) 산업의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 세션의 다른 참여자로 나선 마틴 룬스테트 볼보 CEO는 기술 혁신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망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5G(5세대) 통신망 구축과도 관련이 있다”며 “혁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요한 구성 요소나 가치 사슬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제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외교통산부 장관은 “지속가능성의 추구뿐 아니라 디지털화를 위해서라도 반도체 공급망을 한 나라나 특정 지역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인도 철도·통신·전기정보기술부 장관은 인도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홍보했다. 바이슈나우 장관은 “세계 반도체 산업 규모는 현재 약 5500억~6000억달러 수준이지만 향후 6년 내에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인도는 반도체 산업에 100억달러를 우선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