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투자매력 사라지자 회사채 등 신용물에 매수세 집중
국고채 금리, 기준금리 밑돌며 장단기 역전…올 순매도만 2.2조
새해 들어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떨어져 기준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투자금 조달 금리보다도 낮아지며 투자 매력이 약해지자 주요 투자자들은 국고채를 대거 팔고 이보다 금리가 높은 크레디트 채권(신용물)으로 매수세를 집중시키는 양상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484%로 집계돼 사흘째 기준금리(연 3.50%)를 밑돌았다.

새해 첫 거래일에 연 3.782%였던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렸던 지난 13일 연 3.369%까지 빠르게 떨어진 뒤 3.4%대를 나타내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상환 리스크가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야 하는데, 새해 들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년물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지난 4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계속됐다.

이 같은 국고채 금리 하락은 지난주 금통위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하면서 비롯됐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은 '동결 같은 인상'이었다"며 "결국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고 앞으로 최종 금리는 연 3.50%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문제는 국고채 금리가 지나치게 내려갔다는 데 있다.

주요 투자자들은 채권 투자 방법의 하나로, 단기자금시장에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만기가 길고 금리가 높은 채권을 보유해 금리 차이만큼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 수익인 국고채 금리가 투자금 조달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캐리'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 자금 조달금리로 인식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가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낮은 현상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해 들어선 50bp(1bp=0.01%포인트) 이상으로 역전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개월 CD 금리보다 낮은 상황에서 국고채 3년물보다 더 높은 금리로 투자하려면 국고채 10년물 등 장기 국채에 투자하거나 회사채 등 크레디트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고채 10년물 금리마저도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낮아 현재로서는 장기 국채 투자로 역캐리 상황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 등 주요 투자자들이 국고채를 팔고 금리가 높은 신용물을 사들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새해 들어 전날까지 모두 2조2천억원 이상의 국채가 순매도됐다.

특히 보험(2조2천억원)과 외국인(1조2천억원) 등의 순매도 규모가 컸다.

대신 이 기간 금융채(10조5천억원)와 공사·공단채(2조9천억원), 통안증권(2조4천억원), 회사채(1천600억원) 등으로 순매수세가 집중됐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역캐리 부담과 함께, 최근 국고채 금리가 단기간에 많이 떨어져 추가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내렸을 것"이라며 "이에 포트폴리오에서 국고채 비중을 줄이고 역캐리 부담이 없는 우량 신용물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