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숍 찾아온 손님들의 사연 담은 다큐멘터리 '더 타투이스트'
타투이스트 도이 "타투를 받을까 말까 고민된다면 안 하는 게 맞죠"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타투로 담아낸 인생 이야기"
작업 중 갑작스러운 기계 끼임 사고로 손가락 반 마디가 절단된 남성, 유방암 수술 후 커다란 흉터가 남은 주부, 소중한 이를 잃은 '오징어 게임'의 스턴트 배우 등이 타투숍을 찾아온다.

이들은 타투숍에 찾아오게 된 사연을 털어놓고, 타투이스트와 함께 도안을 작업해 평생 간직할 타투를 받는다.

지난달 16일부터 공개된 4부작 다큐멘터리 '더 타투이스트'는 서울 도심 한 한옥에 차려진 타투숍을 찾아온 손님들의 사연을 담는다.

"타투숍을 찾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처음 본 타투이스트에게 술술 이야기하고는 해요.

타투를 매개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더욱 진솔하게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인 이 작품을 연출한 최정호 PD는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진솔한 속마음을 담은 독특한 시선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타투로 담아낸 인생 이야기"
연예인들의 타투 노출도 꺼리는 방송계에서 타투를 전면에 소재로 내세운 점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현행법상 의사 면허 없이 문신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제작 과정도 까다로웠다.

최 PD는 "위생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어 감염관리지침과 멸균타투절차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종합병원인 녹색병원의 지침에 따라 제작환경을 엄격하게 관리했다"고 강조했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살구색 테이프로 타투를 가려야 했던 댄서 모니카와 가수 이석훈은 타투숍 매니저로 출연한다.

양팔에 타투를 그대로 드러낸 채 각자의 사연을 품고 타투숍을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최 PD는 "타투가 절실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연자를 신중하게 선별하려고 노력했다"며 "섭외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쌓은 인연을 총동원했다"고 밝혔다.

3회에서 팔에 스스로 세긴 흉터들을 덮기 위해 찾아온 전 모양은 최 PD의 다큐멘터리 '열여덟의 기억, 스물다섯의 약속'을 통해 연을 맺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다.

흉터 위에 알록달록한 꽃들과 노란 리본을 그린 전 모양은 두 팔이 낯선 듯 한참 바라보다가 "이 그림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상처를 내거나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며 잔잔한 울림을 전했다.

최 PD는 "출연을 결심하기 쉽지 않은 무거운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았는데 감사하게도 용기 내주셨다"며 "덕분에 타투를 통한 치유와 위로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투숍을 찾아오는 손님들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출연자는 타투이스트들이다.

도이, 로코, 공그림, 휴고 등 유명한 타투 아티스트 10명이 각자의 개성을 살린 도안으로 사연자만을 위한 타투를 작업한다.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타투로 담아낸 인생 이야기"
특히 타투이스트 도이는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등에게 작업 의뢰를 받았을 만큼 해외에서도 명성을 날리는 아티스트다.

서면으로 만난 도이씨는 "타투를 받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꽤 많을 정도로 K타투는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재료가 가진 특성에 집중해 기존의 타투 작업보다 더 디테일하고 아름답게 표현해내고자 하는 것이 K타투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회사를 그만두고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한 도이씨. 그는 일을 시작하고 15년이 넘도록 타투 없는 타투이스트로 일했다고 한다.

그는 "타투를 어디에 받을지, 받고 나서 후회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의미 없다고 느껴졌을 때야 비로소 첫 타투를 받았다"며 타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조언을 건넸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게 될 것인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타투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요.

할까 말까 할 때는 안 하는 게 맞습니다.

타투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가벼워질 때까지 기다렸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