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 시전집·산문전집·평전
[신간] 춘향·앰
▲ 춘향 = 진런순 지음. 손지봉 옮김.
2012년 중국 준마문학상을 받은 조선족 작가 진런순(金仁順·김인순)의 장편 소설이다.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중국의 '치링허우'(七零後) 세대 대표 작가로 꼽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주류 문단에서 주목받았다.

소설은 우리 고전 춘향전을 모티브로 했지만, 춘향의 엄마 월매(소설 속 '향 부인')를 중심인물로 두는 등 등장인물을 파격적으로 변형했다.

춘향의 회고로 일인칭시점을 차용하고 현대인의 관점에 맞춰 서사의 얼개도 신선하게 바꿨다.

향부인은 자신의 처소에서 춘향뿐 아니라 경제적 하층계급,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네 등과 함께 살며 연대를 이루고, 춘향은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이몽룡에게도 기대지 않는 선택을 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봉건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사회적·제도적 차별과 억압을 남자의 사랑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벗어날 수는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담아냈다고 한다.

중국어로 출간된 작품을 손지봉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우리 말로 옮겼다.

영문으로 번역한 책도 함께 출간됐다.

서울셀렉션. 316쪽.
[신간] 춘향·앰
▲ 앰 = 킴 투이 지음. 윤진 옮김.
베트남 출신 캐나다 작가 킴 투이의 네 번째 장편 소설이다.

자전적인 첫 소설 '루'(ru)가 38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며 주목받은 그는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 아카데미 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소설은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인도차이나 전쟁과 제네바협약에 따른 분단, 미국이 개입한 전쟁과 통일정권 수립 등 굴곡진 베트남 현대사에 상처받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옮겨놓았다.

작가는 여러 인물의 연결된 운명을 통해 베트남의 고무 농장부터 북미의 네일 숍까지 이동한다.

전작들과 달리 삼인칭 화자를 등장시키고 전쟁 관련 자료들을 중간중간 배치해 허구와 역사적 진실을 엮었다.

탄탄하게 짜인 서사라기보다 단상을 옮겨 놓은 듯한 함축적인 서술이 특징이다.

소설은 미군이 베트남 땅에 쏟아부은 제초제 이름이 '무지개'였다며 "다이옥신은 네 세대가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사망자와 부상자 수 집계를 제시하고는 "다른 숫자들은 왜 집계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고아들, 남편을 잃은 아내들, 무너진 꿈들, 상처받은 마음들 말이다.

문학과지성사. 177쪽.
[신간] 춘향·앰
▲ 박용래 시전집·산문전집·평전 = 고형진 지음.
충남 강경 출신 박용래(1925~1980) 시인은 조선은행(현 한국은행)에 재직한 뒤, 195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울타리 밖'을 비롯해 '겨울밤'과 '저녁눈' 등의 시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회화적 형식미를 보여줬다.

그러나 1960~70년대 한국적 서정의 경지를 보여준 그의 문학성이 온전히 집약된 전집은 미비했다.

백석 전문가인 고형진 고려대 교수는 박 시인이 생전 발표한 시와 산문 작품, 미발표 원고, 편지 등을 망라해 시전집과 산문전집, 평전을 펴냈다.

시전집에는 시인이 생전 발표한 작품과 유고작, 시작 노트에 메모한 미발표 작품 등 208편의 시를 수록했다.

시인은 문예지에 발표한 시를 시집이나 다른 지면에 재수록할 때 크고 작은 수정을 했는데 이번 시전집에선 최종 수정본을 정본으로 삼고, 수정 전 판본을 부록에 실어 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산문전집은 시인이 문학적 여정을 회고한 자전적 성격의 산문과 취미와 관심사 등에 관한 단상, 가족과 문인·예술가들에게 보낸 편지 등을 정리했다.

평전은 고 교수가 시인의 문학과 일생을 조명한 저작이다.

고 교수는 면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시인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고, 관련된 인물과 텍스트를 참조해 그 영향 관계를 새롭게 찾아냈다.

고 교수는 박 시인이 백석 시인의 애독자였으며, '우유꽃 언덕'과 '그 봄비' 등의 시에 백석과의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짚었다.

문학동네. 시전집 424쪽·산문전집 332쪽·평전 39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