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마저 우습게 아는 ‘무소불위’ 집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중심으로 지하철, 철도 등의 지원성 동시 파업으로 윤석열 정부에 타격을 입히려 했으나, 개별 노조의 이탈로 총파업 동력이 급속히 약해졌다. 대한민국 최강의 기득권 집단에 대한 각계의 경각심이 높아진 모습이다.

최근 민노총의 변화 기류는 크게 세 가지 점에서 노동운동에 변곡점이 될 만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젊은 층 노조원들의 반발로 명분 없는 정치파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단 하루 만에 끝난 지하철 파업 전후 교통공사 사내 게시판에는 “정치 집단이면서 회사 때문에 파업한다고 하지 마라”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얼마 전 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포스코 노조원들도 민노총이 연간 수억원의 조합비를 걷어가면서 ‘정치 놀음’에만 몰두하는 것을 두고 “우리가 현금인출기(ATM)인 줄 아느냐”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시민들의 달라진 의식도 주목된다. 시민 불편을 볼모로 한 비합리적인 파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번 지하철 파업에 대해 온라인상에는 “국민은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약자 코스프레로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귀족노조의 ‘연례행사’ 격 파업에 혐오감을 보이는 글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강경 원칙 대응 자세다. 화물연대 운송 종사자들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초반부터 업무개시명령으로 맞선 데 대해 지지 여론이 높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영국 역사상 최강이라는 탄광 노조를 굴복시킬 수 있었던 것도 노조기금 동결과 파업 주동자에게 막대한 벌금을 물리며 1년간 강경 대치한 결과다. 대처는 “정부는 법과 원칙 그 자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더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민노총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선 남다른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노동 개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