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구하기...자금지원에 CEO도 급파
<앵커> 롯데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에 전방위 자금 지원과 함께 박현철 지주 경영개선실장을 급파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롯데계열사들은 물론 신동빈 회장까지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롯데건설 구하기에 나섰는데, 자금난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산업부 정원우 기자와 같이 짚어보겠습니다.

정 기자, 먼저 롯데건설 부도설이 진작에 나왔었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은 맞네요.

<기자> 지난 9월 강원도가 레고랜드 지급보증을 거부하면서 급격하게 채권시장이 얼어붙었었죠. 당시 롯데건설의 부도설이 일명 지라시로 돌았었는데요,

연말에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가 6조7천억원 수준이고 그 중 3조1천억원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온다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고, 그런데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 선언으로 당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고 돈을 구하기 어려워 흑자도산이 올 것이라는 우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롯데건설 그룹 계열사들이 전방위로 자금 수혈에 나섰던 것을 보면 위기설이 아예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앵커> 롯데건설 그룹 계열사들이 롯데건설에 수혈한 자금 규모는 어느정도일까요?

<기자> 롯데건설은 지난달 20일부터 롯데케미칼 5천억원, 롯데정밀화학 3천억원, 롯데(우리)홈쇼핑 1천억원 등 9천억원의 자금을 단기로 빌렸습니다.

또 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1,782억원이 조달됐는데, 롯데케미칼(857억원)과 호텔롯데(861억원), 롯데홀딩스(33억원)가 참여했고, 신동빈 롯데 회장도 지분율 0.59%에 해당하는 11억원 정도 유증에 참여했습니다.

또 롯데건설이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 총 3,500억원을 빌렸는데 롯데물산이 이 두건에 대해 4,2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섰습니다.

대략 따져보면 부도설이 나오던 시점부터 1조4천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처럼 자금난을 겪다보니 기존 하석주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요, 오늘 그룹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롯데지주 출신 박현철 사장이 롯데건설 신임 사장으로 급하게 내정됐습니다.
박현철 롯데건설 신임 사장
<앵커> 롯데건설이 이처럼 자금을 급하게 마련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연말 3조원, 이 중에서 특히 1조7천억원 정도 PF의 만기가 11월에 도래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채권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됐을텐데, 신용경색이 급격하게 퍼지다보니 일단 자금 확보부터 나섰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으로는, 현재 금리가 높기 때문에 시장을 통하기 보다는 계열사들의 자금을 빌려서 급한 불을 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11월 롯데건설 PF 차환에 대해 채권시장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이 차환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별다른 노이즈없이 (PF차환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상화되고 있는 채권시장을 통해 일부 차환에 성공했고, 앞서 말씀드린 계열사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자금보충을 했다라고 보시면 되시겠습니다.

<앵커> 당장 그런 큰 위기는 넘겼다고 봐야할까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롯데건설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봤는데요, 녹록지는 않습니다.

지난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롯데건설의 유동비율은 130%입니다. 유동비율은 1년 내 갚아야 할 돈 대비 1년 내 움직일 수 있는 돈의 비율입니다.

건설사들의 자금동원력을 볼 수 있는 지표인데, 통상 150%는 넘어야 자금 순환에 무리가 없고, 200% 정도여야 안전하다라고 봐야한다는게 건설업계 관계자의 얘기입니다. 업계 선두로 보는 현대건설이 186% 정도입니다.

롯데건설의 주택 도급 공사계약 잔액은 9월 말 기준 8조1,93억원에 달하는데요, 이게 2019년초에는 4조8천억원 수준이었는데 지금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죠. 당시 유동비율은 212%였고요. 결국 주택 부문에 사업을 너무 많이 벌리다보니 유동비율이 낮아지고 자금 순환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래서 건설업계에서는 롯데건설도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둔촌주공 분양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롯데건설 구하기...자금지원에 CEO도 급파
<앵커> 자연스럽게 둔촌주공 얘기로 연결되네요. 아무래도 분양이 돼야 건설사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둔촌주공은 아시다시피 건설사들이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하고 있는데요, 공사 중단되면서 자금 압박은 더 커졌습니다.

둔촌주공의 분양가는 3.3㎡(1평)당 평균 3829만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이번주죠, 25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다음 달 5일 특별공급, 6일 1순위 등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둔촌주공에서 약 1조원의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는데 이는 둔촌주공 분양이 잘된다는 전제조건입니다. 지금 분양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미분양이 나게 되면 또다시 단기 자금 압박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우려입니다.

무엇보다 둔촌주공은 서울에서도 주목받는 대단지인데 미분양이 난다면 이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주택사업장 역시 연쇄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요, 결국 자금 순환이 또 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주택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국내 다른 건설사들 역시 마찬가지 얘기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원우기자 bkjung@wowtv.co.kr
롯데건설 구하기...자금지원에 CEO도 급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