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89만t…올초 자연재해·코로나19 등 겹쳐
"북, 올해 수확량 300만t 후반대로 떨어질 가능성"
올해 북한의 식량 수확량이 300만t대로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탈북민 출신인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북한의 (연간) 생산량이 평균 460만∼480만t 정도인데 올해는 300만t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람들을 동원하기 어려운 시기였다"며 "봄부터 여름 사이에 농번기를 제대로 완성 못 한 사람들이 늘어난 부분이 결국 식량 생산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 역시 봄 가뭄과 여름 수해, 모내기 철에 발생한 코로나19 등으로 작년보다 작황이 나빠졌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소장은 "북한은 기계가 부족해서 사람이 총동원돼서 일해야 모내기를 제 기일에 할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폭염·폭우·태풍까지 겹치면서 올해 전반적으로 재해성 이상기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상 환경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해마다 10월 초가 되면 예상 수확고 판정을 한다"며 "올해 나온 자료를 보면 작년보다 수확고가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평안남도의 경우 작년보다 7%가량 수확이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북한의 벼 생산, 알곡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18%인 평안남도가 이 정도면 (곡창지대인) 황해도나 평안북도도 같은 수준이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북한당국이 양곡유통 비리에 칼을 빼든 상황에서 주민들 손에 돌아가는 식량은 더욱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북한은 지난 9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곡물 수매와 양곡 유통 비리 척결 방안을 다룬 바 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이른바 '허풍방지법'을 제정해 수확량 허위 보고를 잡아내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김혁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올해 300만t 후반으로 떨어지게 되면 수매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을 걷어갈 것"이라며 "더 많은 걸 걷어가게 되면 농장원의 몫이 줄어들어 농민들이 먹고살기 충분한 식량 공급이 어려워진다는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식량 사정은 악화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2020-2021 양곡연도(2020년 11월 1일∼2021년 10월 31일) 생산량(정곡 기준)은 489만t으로 2010년대 10년 평균치에 미달했다.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2∼2014년 평균 생산량은 475만t이었으며, 최근 3년(2019∼2021) 평균은 457만t에 그쳤다.

그런데도 북한은 국제사회와 남한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자신들의 성과가 "배가 고프면 쌀을 주고 기대가 멎으면 전기를 주고 기술이 부족하면 도움을 주겠다고 달콤한 말로 꼬드기면서 한걸음, 두 걸음의 양보를 기대하는 음흉한 자들의 '원조' 속에 마련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다만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 물류 통관을 재개해 알음알음 지원받는 정황은 계속 포착되는 상황이다.

"북, 올해 수확량 300만t 후반대로 떨어질 가능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