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울 한 쌍과 함께 떠난 어린 영혼…다시 들여다보는 금령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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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내년 3월까지 특별전…어린이박물관서도 전시 열려
재발굴 성과 등 조명…금관·기마인물형토기 등 300여 점 한자리에 1924년 5월 경북 경주 노동동의 한 고분에서는 발굴조사가 한창이었다.
일본인 우메하라 스에지(梅原末治)가 주도한 이 조사는 22일간 진행됐지만, 그 성과는 놀라웠다.
작은 금관이 나왔고 금제 허리띠, 장신구, 신라 토기 등이 출토됐다.
무엇보다 무덤 속에 있던 금방울(金鈴·금령)은 당시 조사단이 '그 우아함에 사랑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였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던 금방울 한 쌍은 그렇게 무덤의 이름이 됐다.
그간 두 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진 금령총과 그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18∼2020년 약 3년에 걸쳐 금령총을 재발굴한 성과와 보존처리 결과 등을 소개하는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 특별전을 이달 22일부터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6세기 초반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령총은 어린아이의 무덤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나온 금관은 높이 27㎝, 지름 15㎝로, 다른 금관에서 볼 수 있는 옥 장식이 없다.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작고 장식이 단순한데, 다른 꾸밈 장식의 크기도 작은 편이다 전시는 금관, 금방울, 기마인물형토기 등 300여 점의 유물과 함께 금령총으로의 여정을 안내한다.
1924년 금령총이 세상에 드러났을 당시를 전한 첫 부분에서는 유리잔, 종 모양 말방울, 둥근 말방울 등 당시 열차 칸 1량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았던 발굴품을 엄선해 보여준다.
이어진 '내세로의 여정을 같이하다'에서는 무덤 주인이 누워 있던 관과 껴묻거리용 상자를 주목한다.
보물로 지정된 금관, 금팔찌, 금허리띠, 금반지 등 출토품의 크기와 이들이 놓인 간격을 고려하면 금령총의 주인은 키가 1m 안팎인 어린아이였으리라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왕실의 아이로 보기도 한다.
각각 두 점씩 쌍으로 나온 토기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국보이자 신라 토기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기마인물형 토기는 흔히 주인상과 하인상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가는 하인상으로 알려진 토기는 오른손에 방울이 꽂힌 막대를 들고 있어 제사를 주관하고 무덤 주인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제사장 또는 무당일 수도 있다고 한다.
배 모양 그릇과 등잔 모양 그릇 역시 망자의 여정을 함께하는 껴묻거리로 추정된다.
박물관은 "배 모양 그릇은 저승에서 만날 물길을 무사히 건넜으면 하는 마음, 등잔 모양 그릇은 어두운 공간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부모의 걱정이 스며든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약 100년 만에 이뤄진 재발굴 성과도 찬찬히 짚는다.
금령총은 당초 발굴되기 전에 크게 파괴돼 남북 길이 약 13m, 높이 약 3m의 반달형으로 남아 있었지만,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크고 지름이 30m 정도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금동 장식으로 꾸민 천마(天馬) 말다래 장식, 2019년 무덤 둘레에 쌓는 돌인 호석(護石) 바깥쪽에서 나온 높이가 56㎝에 이르는 말 모양 토기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 법하다.
말 모양 토기는 현존하는 발굴 수습품으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듯한 말 모양 토기는 등과 배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된 듯한 흔적이 있어 학계에서는 의례 과정에서 고의로 깨뜨려 부장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재발굴 조사를 통해 역사의 퍼즐을 맞춘 부분 역시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박물관은 재발굴 조사를 하면서 긴목항아리의 굽다리 파편 2점을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1점은 1924년 조사했던 껴묻거리용 상자 주변에서, 다른 1점은 호석 주변에서 각각 발견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1924년에 발굴한 몸통과 2019년, 2020년에 발굴한 파편을 언급하며 "재발굴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쳤을 것으로 재발굴이 가져온 1천500년 만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도 어린이박물관에서 함께 개막할 예정이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무덤 안팎에서 출토된 다양한 껴묻거리와 제사의 흔적 속에 담긴 의미, 갑자기 가족의 품을 떠나버린 어린 영혼에 대한 슬픔과 염려를 헤아려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 5일까지. /연합뉴스
재발굴 성과 등 조명…금관·기마인물형토기 등 300여 점 한자리에 1924년 5월 경북 경주 노동동의 한 고분에서는 발굴조사가 한창이었다.
일본인 우메하라 스에지(梅原末治)가 주도한 이 조사는 22일간 진행됐지만, 그 성과는 놀라웠다.
작은 금관이 나왔고 금제 허리띠, 장신구, 신라 토기 등이 출토됐다.
무엇보다 무덤 속에 있던 금방울(金鈴·금령)은 당시 조사단이 '그 우아함에 사랑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였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던 금방울 한 쌍은 그렇게 무덤의 이름이 됐다.
그간 두 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진 금령총과 그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18∼2020년 약 3년에 걸쳐 금령총을 재발굴한 성과와 보존처리 결과 등을 소개하는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 특별전을 이달 22일부터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6세기 초반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령총은 어린아이의 무덤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나온 금관은 높이 27㎝, 지름 15㎝로, 다른 금관에서 볼 수 있는 옥 장식이 없다.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작고 장식이 단순한데, 다른 꾸밈 장식의 크기도 작은 편이다 전시는 금관, 금방울, 기마인물형토기 등 300여 점의 유물과 함께 금령총으로의 여정을 안내한다.
1924년 금령총이 세상에 드러났을 당시를 전한 첫 부분에서는 유리잔, 종 모양 말방울, 둥근 말방울 등 당시 열차 칸 1량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았던 발굴품을 엄선해 보여준다.
이어진 '내세로의 여정을 같이하다'에서는 무덤 주인이 누워 있던 관과 껴묻거리용 상자를 주목한다.
보물로 지정된 금관, 금팔찌, 금허리띠, 금반지 등 출토품의 크기와 이들이 놓인 간격을 고려하면 금령총의 주인은 키가 1m 안팎인 어린아이였으리라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왕실의 아이로 보기도 한다.
각각 두 점씩 쌍으로 나온 토기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국보이자 신라 토기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기마인물형 토기는 흔히 주인상과 하인상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가는 하인상으로 알려진 토기는 오른손에 방울이 꽂힌 막대를 들고 있어 제사를 주관하고 무덤 주인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제사장 또는 무당일 수도 있다고 한다.
배 모양 그릇과 등잔 모양 그릇 역시 망자의 여정을 함께하는 껴묻거리로 추정된다.
박물관은 "배 모양 그릇은 저승에서 만날 물길을 무사히 건넜으면 하는 마음, 등잔 모양 그릇은 어두운 공간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부모의 걱정이 스며든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약 100년 만에 이뤄진 재발굴 성과도 찬찬히 짚는다.
금령총은 당초 발굴되기 전에 크게 파괴돼 남북 길이 약 13m, 높이 약 3m의 반달형으로 남아 있었지만,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크고 지름이 30m 정도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금동 장식으로 꾸민 천마(天馬) 말다래 장식, 2019년 무덤 둘레에 쌓는 돌인 호석(護石) 바깥쪽에서 나온 높이가 56㎝에 이르는 말 모양 토기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 법하다.
말 모양 토기는 현존하는 발굴 수습품으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듯한 말 모양 토기는 등과 배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된 듯한 흔적이 있어 학계에서는 의례 과정에서 고의로 깨뜨려 부장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재발굴 조사를 통해 역사의 퍼즐을 맞춘 부분 역시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박물관은 재발굴 조사를 하면서 긴목항아리의 굽다리 파편 2점을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1점은 1924년 조사했던 껴묻거리용 상자 주변에서, 다른 1점은 호석 주변에서 각각 발견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1924년에 발굴한 몸통과 2019년, 2020년에 발굴한 파편을 언급하며 "재발굴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쳤을 것으로 재발굴이 가져온 1천500년 만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도 어린이박물관에서 함께 개막할 예정이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무덤 안팎에서 출토된 다양한 껴묻거리와 제사의 흔적 속에 담긴 의미, 갑자기 가족의 품을 떠나버린 어린 영혼에 대한 슬픔과 염려를 헤아려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 5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