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자산 출동 때마다 도발 가능성…최선희 담화 직후 동해로 탄도미사일 쏴
비질런트 스톰 때 미사일 35발, 한미일 핵항모 훈련 때는 IRBM 일본 넘겨
北, 美확장억제 강화에 맞대응 경고…'강대강' 대치 계속
북한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과 군사 활동이 강화될수록 더 맹렬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9∼10월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한미일 훈련과 이달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에 온갖 형태 도발로 응수했던 북한이 미국에 정세 악화 책임을 떠넘기면서 도발을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최선희 외무상은 17일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 등으로 동맹국에 본토 방어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하려 하거나 북한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면 군사적으로 더 강하게 반발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북한은 최 외무상 발언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담화 발표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행태는 최근 일련의 한미 등 연합훈련과 그에 대한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졌던 양상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항공기 240여 대가 투입돼 이어진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기간에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1발을 포함해 각종 미사일 약 35발을 발사하며 극렬히 반발했다.

이 시기 북한은 스커드-B 등 구형 미사일까지 동원할 정도로 온갖 수단을 긁어모은 점이 포착돼 신형 미사일 재고가 떨어질 만큼 긴박하게 도발을 이어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지난 9월 26∼29일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t급)가 투입된 동해상 한미 연합훈련, 같은달 30일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에는 10월 4일 일본 열도를 넘어 4천500㎞를 날아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응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9월 25, 28, 29일과 10월 1일 잇따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이에 미국이 10월 5일 로널드 레이건호를 동해로 전격 재전개하고 6일 한미일 동해상 훈련까지 이어가자 북한은 6일과 8일 위협 비행에 이어 9·19 군사합의를 위배하는 방식의 포병 사격을 14일 하루에만 5차례 감행했다.

9월 말∼10월 중순 이어진 북한 도발은 통상적 행태를 벗어나 기존에 미사일을 쏜 적이 없던 새로운 지역에서 발사하거나 심야에 발사하는 등 한미 감시태세 피로도를 가중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최 외무상의 이번 담화는 북한의 공식 입장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한다.

북한은 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녹슨 핵우산'이라는 일부 동맹국의 우려를 불식하듯 핵우산(확장억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군사적 대응 등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최 외무상은 미국에 대해 '경고' '후회' '도박' 등의 언어를 구사했으나 북한 수뇌부에서 미측 확장억제력 강화 방침을 분명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담화로도 볼 수 있다.

이번 담화에서는 북한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정상회담 결과를 속속들이 분석하는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한미일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도 읽힌다.

겉으로는 강한 척 연쇄 도발에 나서고 있지만, 한편으론 정세 변화에 내부적 초조감이 묻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다만, 북한은 최 외무상 담화를 계기로 앞으로 미국의 행동에 맞춰 도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맞대응을 강조함으로써 대미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며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으면 고강도 맞대응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형적인 '팃포탯'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양 총장은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는 모양새"라며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추종 세력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내비치면서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간접적 메시지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