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나중에·미지를 위한 루바토
[신간]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 김유담 지음.
연극배우의 꿈을 접어두고 출판사에 취직한 스물여섯 살 조연희의 힘겨운 직장생활을 통해 이 시대 젊은이의 애환을 맛깔나게 그렸다.

조연희는 "나 신입 때는 아침에 내 컴퓨터를 켜면서 선배 컴퓨터도 같이 켜놓곤 했는데"라고 눈치를 주는 선배의 컴퓨터를 대신 켜면서 그가 업무와 무관한 프로그램을 잔뜩 깔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신입다운 맛이 없다"고 혀를 차는 팀장을 모셔야 하는 그는 메신저 프로필을 주의 깊게 살피며 기분을 가늠하는 등 나름의 처세술을 익히지만 회사 생활은 잘 풀리는가 하면 이내 위태위태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진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라는 제목에는 팀장의 사심 섞인 워크숍도 거부할 수 없는 조연희의 마음이 압축돼 있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에 선 기분이다.

매일 아침 사무실 문을 열고 출근한 동시에 퇴근 충동을 느끼는 것은 모든 직장인의 마음일 것"이라며 동시대의 젊은 회사원들에게 위로를 던진다.

창비. 360쪽.
[신간]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레이먼드 카버 지음. 정영목 옮김.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11편을 묶은 단행본이다.

'거짓말', '오두막', '해리의 죽음', '꿩' 등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적이 없는 4편과 '상자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친밀', '메누도', '코끼리', '블랙버드 파이', '심부름' 등 과거 국내에 소개됐지만, 현재는 절판된 7편을 모았다.

외국에서 출간된 카버의 소설집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한국 출간을 위해 11편의 작품을 묶은 것이다.

옮긴이는 이 단행본이 "카버의 모든 작품이 번역되었겠거니 생각하던 독자들에게는 예상 밖의 책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에 카버라는 작가의 개성적인 온도(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고 희한하게도 어떤 이야기에서든 그 온도가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번역 소감을 밝혔다.

문학동네. 272쪽.
[신간]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 나중에 =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유령과 대화할 수 있는 소년 제이미 콘클린을 등장시킨 미스터리 장편 소설이다.

콘클린이 유령과 대화할 수 있는 기간은 죽은 사람이 혼이 사라지기 전 며칠 동안이다.

저자는 제이미의 어머니가 저작권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어머니의 마지막 희망인 베스트셀러 작가 리시스 토마스가 소설을 완결하지 못한 채 사망한다는 설정을 토대로 긴박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황금가지.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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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를 위한 루바토 = 김선오 지음.
1992년생 시인 김선오가 일상의 경험과 기억을 엮어 쓴 변주곡 같은 작품이다.

산문집이라는 설명을 달았지만 때로는 시와 산문의 경계를 흐린다.

저자는 유년기, 청소년기, 성년기를 가로지르며 생각의 날개를 편다.

책 서두에서 "악보에서 루바토는 시간을 훔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템포 루바토에서 연주자는 기존 템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글의 격식을 던져버리고 생각의 덩어리는 자유롭게 내던지며 독자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작품인 셈이다.

아침달. 16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