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금리 인상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가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예적금 금리 인상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가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한정판이나 스타벅스 굿즈(기획상품)도 아닌…예적금 들겠다고 오픈런을 하는 날이 오네요"(34세 회사원 이정*씨)

"적금 들기도 힘든 시대라니…가끔 출근길에 보면 새마을금고 앞에 줄 선 사람들이 10명씩은 있는 것 같아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난 언제 드나, 걱정도 듭니다."(지역 친목모임 커뮤니티)
예금금리 연 6%, 적금금리 연 13%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재테크 일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금융거래의 일상화로 평소엔 방문할 일 없는 금융사 앞에서 번호표를 받고 줄까지 서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새벽에 기습적으로 예적금 상품 가입 창구를 오픈해도 결과는 '완판'입니다.

"난 아직 가입 못했는데…"

아직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조바심 낼 필요는 없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예적금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확보를 위한 금융사들의 수신금리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은행 정기예금에는 56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습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올해 들어 정기예금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1~10월 정기예금에는 187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33조원) 대비 유입액이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기준금리 연 3%시대가 열리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대로 치솟자 위험자산에 있던 투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밀물처럼 몰려든 겁니다.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에선 연 5%가 넘는 정기예금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현재 가장 높은 곳은 IBK기업은행의 '성공의 법칙 예금(복리채)'으로 최고금리가 연 5.34%입니다.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은 최고 연 5.3%, 우리종합금융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5.2%입니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선 6%대 정기예금 상품도 등장했습니다. OK저축은행의 ‘OK e-정기예금’과 ‘e-안심정기예금(변동금리)’를 포함해 KB저축은행의 ‘KB e-plus 정기예금’, 대신저축은행의 ‘스마트회전정기예금’, 참저축은행의 ‘비대면정기예금’ 등이 최고 연 6%대의 금리를 제공합니다.
강남의 한 저축은행에 개장 전부터 고객들이 몰려 있다. / 사진=한경DB
강남의 한 저축은행에 개장 전부터 고객들이 몰려 있다. / 사진=한경DB
적금금리는 최고 연 13%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기본금리 3.7%에 이벤트 우대금리 최고 연 10%를 제공합니다. 하나은행의 'Best 11 적금'은 최고 11%, 우리종합금융의 'The드림 정기적금 3''하이 정기적금' 등도 최고 연 10%대 금리를 제공합니다. 이달 초 제주동부신협에선 연 10%대 적금 상품을 지점 창구에서만 판매하기도 했고, 새마을금고 일부 지역에서도 10%대 적금 특판 상품을 판매 중입니다.

고금리 상품은 한도가 정해져 있고 마감이 빨리 될 수 있어 가입 속도가 중요합니다. 이때는 예적금 금리 순위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금융상품한눈에' 등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이르면 내년 4월부터는 금융기관의 예적금 상품의 금리조건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도 나온다고 합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는 최고금리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데이터 연계로 소비자가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등을 감안해 맞춤형 상품추천이 가능합니다. 예적금 상품 우대금리 조건으로 자주 활용되는 카드 실적요건 등을 자신의 평소 금융생활 데이터와 비교해 예상 금리를 산출하고 추천받는 식입니다.

최근 예적금 상품 금리가 계속 오르는 배경엔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뿐 아니라 금융사들의 자금난도 꼽힙니다. 특히 은행으로 자금이 집중되다보니 2금융권에는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여기에 자금경색 상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화 위기가 고조돼, 어느 때보다 유동성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고금리로 이자를 많이 주는 것만 따질 게 아니라 금융사의 유동성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해 대한민국을 뒤흔들기도 했습니다. 파산한 저축은행의 거래 고객들은 5000만원의 예금자 보호 범위 내에서 자금을 돌려 받았지만 전체를 돌려받는 데 수 년이 걸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준삼 신한은행 산본지점 WM 프리미어 팀장은 "상대적으로 신용이 양호한 금융사에서 5000만원 범위 내 분산 거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모가 큰 자금은 시중은행에서 높은 금리 상품을 골라 나눠서 예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하 팀장은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금리 상승 기조도 멈출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기예금의 경우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예금을 운용하다, 금리 상승이 멈추는 신호가 나오면 1년제 이상으로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