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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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는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하락했다. 달러화는 강세로 전환했고 국채금리 상승, 영국발 금융시장 불안 등 변수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 자금시장은 마비 수준으로 치닫으면서 돈맥경화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국내 증시는 혼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 국내 증시 혼조세 전망

21일 국내 증시는 미 국채금리 상승, 영국과 일본발 금융시장 불안감 등의 영향을 받아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 급락, 미국 금리 상승 등이 국내 성장주에 제약을 가할 것으로 보이나 엔비디아(+1.2%), 램리서치(+7.8%) 등 반도체주들은 주가 바닥 인식 및 실적 개선 전망 등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할때 반도체 등 개별 실적 호전주들의 주가는 양호할 것"이라며 "최근 특정 회사 부도설 등 루머성 재료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파되면서 증시 변동성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영국총리 사임, 환율 하락, 야간선물 상승 등에 비춰볼때 국내 증시는 소폭 상승 출발이 예상된다"며 "테슬라와 스냅의 급락은 부담이지만 반도체주가 실적을 기반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430.31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4원 하락 출발, 코스피는 0.3% 내외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0년물 美국채금리, 14년만에 최고…美 증시 하락

미국 증시가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도 국채금리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하락했다. 20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90.22포인트(0.30%) 하락한 3만333.59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는 전장보다 29.38포인트(0.80%) 떨어진 3665.78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5.66포인트(0.61%) 밀린 1만614.84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실적과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테슬라는 전날 장 마감 후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했으나,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고, 연간 차량 인도량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우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장중 4.23%까지 올라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중앙은행(Fed) 인사의 매파적 발언도 금리 상승에 힘을 보탰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기준금리가 조만간 더 높아질 것"이라며 "솔직히 인플레이션 둔화에 실망스러울 정도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 나는 금리가 4%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3센트(0.50%) 오른 배럴당 85.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9월 생산자물가 한달 만에 상승 전환

9월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가스요금 인상에 태풍, 환율 상승 등이 겹친 영향이다. 생산자물가는 일반적으로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8월보다 0.2% 오른 120.16(2015=100)으로 집계됐다. 생산자물가지수(전월비)는 2020년 10월(-0.4%) 이후 1년 10개월만인 지난 8월(-0.4%) 하락세를 보였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 국내 자금시장 경색 ‘초비상’

강원도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채권시장은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투자자 신뢰가 붕괴해 채권 매물이 쏟아지지만 매수세가 실종돼 기업어음(CP)과 채권시장이 자금 조달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상위 신용등급인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연 4.1%에 마감했다. 전날 연 4.02%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28일(연 4.09%) 후 처음으로 연 4%대를 넘어선 데 이어 이날도 급등세를 이어간 것이다.

증권사와 운용사가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채권 매각에 나서고 이는 다시 CP와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수세는 없고 채권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수십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환 요청이 급증해 증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무역수지 적자 언제까지 계속될까

관세청은 21일 이달 1~20일 무역수지(통관기준 잠정치)를 발표한다. 이 기간 수출액과 수입액 등이 공개된다. 관건은 무역수지 적자 여부와 수출 감소 여부 등이다.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적자 상태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이후 25년 만의 6개월 연속 무역적자다. 이달에도 무역적자가 계속될지 오늘 발표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지난 1~10일 무역수지는 38억2500만달러 적자였다. 지난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달러인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