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유료 서비스만 보상" vs 이용자 "손해 분명한데 보상은 막막"
법조계 "무료앱이라도 카카오 이익 얻는다면 손해배상 책임 가능"
무료앱 썼지만 손해 막심…카카오 '애매한 피해' 보상은
직장인 정모(29)씨는 지난 15일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가는 KTX를 타려고 집을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

늘 사용하던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T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1시간 가까이 택시를 부르지 못해 결국 기차를 놓쳤다.

카카오가 15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초유의 '먹통' 사태와 관련해 손해를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상 대상을 유료 서비스 이용자로 한정하면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한 무료 앱 사용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 기차 놓치고, 선물 못 받고, 장사 망치고
정씨도 카카오의 보상정책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18일 "취소 수수료로 5천300원을 날렸는데 카카오 방침대로라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며 "잘못한 주체가 명확하고 손해를 본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 어디에도 따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료앱 썼지만 손해 막심…카카오 '애매한 피해' 보상은
직장인 이모(28)씨는 하필이면 생일에 카카오 장애가 발생하는 바람에 선물은커녕 축하 메시지조차 받지 못했다.

카카오톡 '생일 알림' 기능과 '선물하기' 기능도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피해는 생일 축하를 받지 못한 정신적 손해보다 더 구체적이다.

이씨는 "1년간 지인들 생일 기프티콘으로 100만원은 썼을 텐데 회수를 거의 못 했다"며 "이런 건 어떻게 입증해서 보상을 신청해야 하느냐"고 억울해했다.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가게 홍보 글로 단체 도시락과 샌드위치 주문을 받는 류모(51)씨도 "먹통 사태로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며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무료앱 썼지만 손해 막심…카카오 '애매한 피해' 보상은
금전적 손해는 물론 시간과 노력 등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피해 사례는 부지기수다.

학원강사 지모(26)씨는 다음 카페에서 파일을 내려받기가 불가능해 약 3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수업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지씨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자료를 전달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메일로 자료를 일일이 전달하느라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와 티스토리 등 블로그에 면접자료를 저장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취업준비생 이모(30)씨는 "급박하고 간절한 수험생은 작은 정보에도 민감한데 자료검색이 안 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무료앱 썼지만 손해 막심…카카오 '애매한 피해' 보상은
◇ 광고 뜨는 앱 '진짜' 무료일까
일상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일각에선 무료 앱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 '애매한 피해자'에게도 카카오가 보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따져볼 점은 계약 불이행에 따른 카카오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다.

무료 앱 사용자라도 카카오에 계약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앱에 뜨는 광고를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로 본다면 카카오와 이용자를 유상계약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서울의 한 민사 전문 변호사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서비스로 이익을 얻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무료 사용자도 카카오에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앱 썼지만 손해 막심…카카오 '애매한 피해' 보상은
함영주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무료 앱이라도 '광고 보기'처럼 유상 서비스와 마찬가지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다만 "생일 알림 서비스가 멈춰 선물을 받지 못했다거나 카카오택시 앱을 사용하지 못해 열차를 놓쳤다는 등의 사례는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지는 현행 손해배상 체계에선 배상받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약 불이행에 따른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카카오에 민법상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카카오가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저질러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정진명 한국소비자법학회 부회장은 "데이터센터 화재가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면 카카오 측의 위법행위도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