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증시 운명 쥔 CPI…8.1% 나와도 걱정인 이유
12일(미 현지시간) 투자자들은 다음 날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될 9월 소비자물가(CPI)를 기다렸습니다. 전체적으로 관망세가 지배한 하루였습니다. 영국 금융시장의 불안한 상황,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PPI) 발표, 미국 중앙은행(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등 이벤트가 있었지만, 관망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영국 금융시장은 불안한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전날 영국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가 "사흘 남았다"라며 연기금들에 오는 14일 BOE의 채권 매입 종료 전까지 모든 포지션 재조정을 끝내라고 주문한 여파로 영국 국채 30년물은 한때 5.07%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9월 말 BOE의 시장 개입 이전 수준인 5% 위로 돌아간 것이죠. 전날 종가는 4.790%였습니다. BOE는 40억 파운드 이상의 채권을 사들여 시장 안정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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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을 안정시킨 건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였습니다. FT는 "BOE가 채권 매입 조치를 연장할 것이라는 신호를 은행 등에 비공개로 보냈다"라고 쓴 것이죠. 30년물 국채는 4.8%로 거의 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BOE는 FT의 보도를 반박했습니다. BOE는 "우리는 처음부터 국채 매입이 일시적이며 금요일 종료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총재는 이 입장을 어제 확인했고, 은행 고위 임원들에게 분명히 전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크게 흔들리진 않았습니다. 정황상 보도가 맞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ING는 "시장은 FT 보도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있다"라며 "이 뉴스의 사실 여부가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시장은 일종의 어중간한 상태(Limbo)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BOE가 시장 개입을 연장하겠다고 밝히면 연기금들이 디레버리징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일리의 말과 FT의 보도가 모순적이긴 해도 완전히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BOE가 연기금 디레버리징을 위해 밀어붙이고 있지만, 결국 매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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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0bp 올린 것도 투자심리에 도움이 됐습니다. 큰 폭 인상이긴 하지만 2021년 8월 이후 처음 두 명의 금통위원이 반대표를 던져 만장일치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는 다음번엔 인상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이털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난주 호주은행에 이어 한국은행에서 두 번째 비둘기파적 금리 인상(dovish hike)이 나왔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침 안정된 모습을 보이던 미국 국채 시장은 오전 8시 30분 미국의 9월 PPI 수치가 나온 뒤 소폭 상승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2.9bp 오른 3.974%까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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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P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8.5%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시장 예상(0.2%, 8.4%)을 상회했습니다. 근원 수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7.2% 올랐습니다. 근원 수치는 예상(0.3%, 7.3%)과 비슷하거나 낮았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P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덜 우려스럽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헤드라인 수치가 오른 건 식품과 채소 가격 상승(15.7%) 때문이고 서비스 물가 상승도 여행 숙박 물가(6.4%)가 오른 때문이라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나타난 건 아니라는 뜻이죠. 또 근원 수치는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사실 PPI는 CPI와의 상관관계가 아주 큰 것도 아니어서 통상 투자자가 주목해온 경제 지표도 아닙니다. 웰스파고의 마이클 슈마허 거시 전략가는 "내일 CPI에 대한 불길한 신호일 수도 있지만 보통 시장은 PPI를 무시한다. 사람들이 너무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이 물가 지표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는 -0.1% 수준에서 출발한 뒤 보합 선을 오르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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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에는 FOMC 회의록이 발표되었습니다. 회의록 발표 이후 국채 금리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위원회의 2% 목표로 되돌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많은 위원이 노동 시장이 둔화하더라도 이 경로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참가자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너무 적은 조치를 취하는 비용이 너무 많은 조치를 취하는 비용보다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참가자는 제약적 금리를 '당분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일부는 그런 금리가' 필요한 만큼'(as long as necessary)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문구들은 그동안 Fed 스피커들을 통해 여러 차례 들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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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FOMC 회의록에서 보지 못했던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부 위원은 특히 현재 매우 불확실한 세계 경제 및 금융 환경에서 경제 전망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 긴축의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important to calibrate)”이라고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을 본 투자자들은 지난 10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발언(글로벌 위험과 함께 경제 전망의 진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을 떠올렸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전략가는 "회의록에 전체적으로 새로운 것은 별로 없었지만, 정책을 보정하고 글로벌 경제로의 파급 효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작은 언급이 이전 회의에서 바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 리서치 대표는 "매파적인 FOMC 회의록이 국채 시장에 랠리를 일으켰다. 이는 사실 얼마나 많은 긴축이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었는지를 증명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BMO의 벤 제프리 채권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매파적 놀라움'의 위험 탓에 국채 매수를 꺼렸을 수도 있다”라며 "그래서 회의록 발표 후 주식이 오르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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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발표 이후 주가 상승세는 30분간 지속됐습니다. 그런 뒤 다시 보합권으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다우는 0.10%, S&P500 지수는 0.33% 내렸고 나스닥은 0.09% 약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PPI나 회의록이나 모두 그리 나쁘거나 좋지는 않았고 투자자 관심은 다시 내일 아침 발표될 CPI로 되돌아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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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4시 30분께 전날보다 4.1bp 내린 3.904%에 거래됐습니다. 국채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오늘 실시된 10년물 입찰에서도 발행금리는 3.930%를 기록,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3.914%보다 1.6bp나 높게 형성됐습니다. 내일은 30년물 입찰이 시행되는데,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수요가 더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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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는 13일 아침 8시 30분, 한국 시각으로는 13일 밤 9시 30분에 나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8.1%(중앙값)입니다. 8월 8.3%보다는 낮아집니다. 7%대가 나오면 시장에 좋겠지만, 주요 금융사 가운데 7%대를 내다보는 곳은 없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JP모건, 골드만삭스가 모두 사이좋게 8.1%를 예상합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의 8월 CPI 헤드라인 수치도 8.2%입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8월의 0.1%보다 더 오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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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근원 물가가 될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계속되는 렌트(임대료) 상승은 근원 CPI 인플레이션을 불편할 정도로 높게 유지시킬 것이라면서 9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6%, 전년 대비 6.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8월의 0.6%, 6.3%와 비교하면 전월 대비로는 소폭 하락하지만, 전년 대비로는 올라가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도 9월 임대료 인플레이션이 전월 대비 0.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CNBC 인터뷰에서 "헤드라인 수치는 지난 8월(8.3%)보다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8%대에 머물 것이다. 그건 문제다. 그리고 아마도 몇 달 안에 다시 사람들은 묻게 될 것이다. 에너지 가격이 지난 몇 주간 올라가는 것을 보면 헤드라인 수치가 다시 상승하는 걸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은 끈적끈적하다. 그건 Fed가 너무 늦게 대응해 인플레이션이 시스템에 자리 잡은 데 따른 비용이다. 인플레이션을 정상 수준까지 되돌리려면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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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펩시코는 4.18%나 급등했습니다. 펩시코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우 좋게 나온 덕분입니다. 펩시코는 매출이 1년 전보다 9% 증가해 월가 기대를 상회했고 주당순이익(EPS)은 1.97달러로 시장 예상 1.84달러보다 많았습니다. 회사 측은 평균 가격을 17% 올려 실적이 좋아졌다며 향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펩시코의 주가는 코카콜라 크래프트 하인즈 등 다른 필수소비재 주가까지 함께 끌어올렸습니다. 3분기 어닝 시즌에 대한 기대도 높였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일부에선 가격을 17%나 높였는데도 소비가 이어진 데 대해 "Fed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증시 운명 쥔 CPI…8.1% 나와도 걱정인 이유
기업 실적이 잘 나온다면 매수 타이밍일까요?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현재 월가의 3분기 EPS 추정치가 55달러이고 1년으로 따져 220달러라고 가정하면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은 16.3배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인 15~19배 범위에 들어가지만,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가 지금 3.9%로 지난 10년 중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Fed가 유발한 경기 둔화로 인해 기업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기업 CEO들이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EPS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