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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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장이 본격화하면서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하락장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공포를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도 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등 여러 조치를 검토 중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미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주식 계좌 앱(응용 프로그램)을 아예 지워버렸다. 최근 하락장이 본격화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다 단기간 내에 회복의 기미가 전혀 보이고 있지 않아서다. 그는 "주변에 주식 투자를 안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덩달아 시작했는데 후회된다"며 "더는 물타기 할 돈도 없고 강제로 장기 투자자가 됐다"고 말했다.

증시가 바닥을 모른 채 연일 하락하면서 눈물 짓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년여 만에 2200선이 붕괴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인 탓에 개인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24포인트(1.36%) 오른 2249.95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서만 지수는 24.73% 급락했다. 코스닥도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코스닥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5.09포인트(2.21%) 오른 697.09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연초 대비 32.83% 하락한 수준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연합뉴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 강화, 경기 침체 우려 지속되는 과정에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특히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이 같은 우려가 확대되고 채권·외환 등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도 증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총 2096조2564억원으로 올해 초(2659조4970억원)보다 563조2406억원 줄었다.

국민주 폭락에 개미들 주식투자 열기 식어

개인 투자자들 사랑을 받으며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는 주가가 4만원대로 내려가는 '4만전자'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7만86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5만6500원까지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약 132조원 사라졌다. 국민주이자 성장주인 네이버카카오는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같은 기간 네이버와 카카오 시가총액도 각각 약 33조원, 약 29조원 줄었다.

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기도 식어가고 있다. 주식을 언제든 매매할 수 있는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연초 67조5307억원에서 이달 17일 기준 49조423억원으로 18조원 가량 쪼그라들었다. 이는 2020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자 예탁금은 2019년 말 27조3933억원에서 2020년 말 65조5227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4월까지도 60조원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자금이 빠진 셈이다.
 "상한가 두 번 맞아야 본전"…국민주 배신에 개미들 '패닉' [벼랑 끝에 선 개미①]
투자자 예탁금과 더불어 증시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신용거래 융자잔고 역시 대폭 줄었다.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16조6910억원으로 이달 들어 17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주식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등 위축된 투자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바닥인 줄 알았는데 심해가 존재한다"며 "우량주, 중소형주 모두 파란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 투자자인 40대 회사원 정모씨는 "무주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크게 공감된다"며 "수익률이 마이너스 10%만 돼도 좋을 것 같다. 상한가를 두 번 맞아야 본전"이라고 토로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승장을 주도한 개인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며 "현재와 같은 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4분기도 암울…4분기 코스피 예상밴드 2000~2400선 예상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면서 '강달러'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한동안 증시의 약세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코스피 예상밴드를 2000~2400선으로 제시했다. 비이성적 공포가 가격과 가치를 압도하는 아비규환(阿鼻叫喚)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물가 부담으로 인한 Fed의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구간으로 역금융장세와 역실적장세 성격이 동시에 유입될 가능성 높다"며 "다양한 악재와 이슈들이 경기 경착륙 가시화, 침체 가능성 등으로 연결되면서 증시는 딜레마에 빠지며 악순환의 고리에 의해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과 증시의 방향성을 이끌 트리거는 물가·금리·환율 안정과 주요국 정책공조 강화 여부다. 하지만 4분기 중 이와 관련한 구체적 상황변화가 나타나긴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직 물가 하향 안정화의 증거가 불충분하며 Fed의 추가 긴축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시장은 과매도 정점통과 이후 낙폭과대 및 진바닥(Rock-bottom), 주요국의 산발적 시장 안정화 조치, 국내외 3분기 실적시즌 선방 여부, 10월 물가지표의 하락 재개를 통해 냉정과 이성을 되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