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법 "피해자 골절상, 피고인 탓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피의자를 완전히 제압하고도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찰관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피의자 제압하고도 폭행' 경찰관 1심 징역형→2심 선고유예
수원고법 제2-1형사부(왕정옥 김관용 이상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독직폭행)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경찰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에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2심 재판부는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피고인의 동료 경찰관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다쳤다는 부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죄사실만으론 경찰관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돼 형 선고를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2월 7일 오전 경기 평택시에서 "남편이 흉기를 들고 협박한다"는 112 신고 출동 지령을 받고 지구대 소속 경찰관 등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노루발 못뽑이(속칭 빠루)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테이저건을 발사해 중국 국적 B씨를 제압, 흉기를 빼앗았다.

당시 A씨는 B씨가 완전히 제압돼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발로 얼굴을 한 차례 차고, 수갑이 채워진 채 바닥에 앉아 있는 그의 가슴을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A씨는 순찰차로 이동해 B씨를 태우는 과정에서도 다리 부위를 두 차례 걷어찼다.

피해자는 코뼈와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사건 열흘 뒤 동료 경찰로부터 "폭행 장면이 촬영된 보디캠 영상이 보관돼 있다"는 말을 듣고는 영상 삭제를 요청했고, 동료는 이 부탁을 받아들여 영상 파일 5개를 지워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적법 절차를 준수해야 함에도 제압이 완료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경찰관으로 성실하게 근무해 온 점, 가족과 동료들의 선처를 탄원한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이후 해임 처분을 받은 A씨는 결과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제기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