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사상 처음 외환보유액 '백브리핑' 나선 이유 [조미현의 BOK 워치]
한국은행이 9월 외환보유액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백브리핑'에 나섰습니다. 백브리핑이란 '백그라운드 브리핑(background briefing)'의 줄임말로, 정부 관계자가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조건에서 상황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걸 말합니다.

한은에서는 외환보유액을 매달 발표하는데요. 발표 자료는 외환보유액의 증감을 단순 집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달 숫자만 다를 뿐 분량도 두 페이지 정도로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백브리핑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날 한은의 외환보유액 백브리핑에 나선 것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6일 한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한 달 새 196억6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최대치입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기도 합니다.

한 달 새 달러 가치가 3% 이상 급등하는 등 강(强)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데 따른 것입니다. 외환당국이 지난달 '환율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은행, 사상 처음 외환보유액 '백브리핑' 나선 이유 [조미현의 BOK 워치]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백브리핑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외환보유액의 급감으로 국민적 불안이 불필요하게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됩니다. 한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컸다"며 "(이유를)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설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은 최근과 같이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 활용하기 위해 비축한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더라도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거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과 괴리돼 환율이 오를 경우 개입에 나설 것"이라며 "저희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백브리핑 일문일답.

▶9월 외환보유액은 언제 이후 최대 감소했나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당시에는 274억달러 정도 줄었습니다. 다만 금융위기 때 평균 감소 폭에 비해선 적습니다. 당시엔 월간 감소액이 70억~8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최근에는 40억~50억달러 규모로 감소 폭이 나타났습니다."

▶외환보유액 관련 백브리핑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달 상대적으로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컸습니다.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설명하게 됐습니다."

▶외환보유액을 써서 환율 방어에 성공했다고 보나요?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특정 환율 수준(레벨)을 타깃하지 않습니다. 국내 외환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있고 시장 기대가 한쪽으로 쏠려 있을 때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개입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시장 심리 회복에 도움을 줬습니다. 단순히 환율 수준이나 상승 폭을 갖고 실효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특히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컸다고 보는지요?

"쏠림 현상은 실시간 상황이나 매물량을 보면서 판단합니다. 최근 환율 상승 기대가 있으면서 수입업체에서 조금 당겨서 외환을 매입하고 수출업체에선 조금 더 달러를 늦춰서 매도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했던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번 달에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개입할 건가요?

"쏠림 현상은 환율 기대가 한쪽으로 발생하게 되면 나타납니다. 반대 방향으로 갈 때도 한쪽으로 몰릴 수 있고 이런 쏠림에 대해서도 완화 조치는 분명히 할 것입니다. 외환보유액은 최근과 같이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 활용하기 위해 비축한 것입니다. 한은과 정부는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한국은행, 사상 처음 외환보유액 '백브리핑' 나선 이유 [조미현의 BOK 워치]
▶외환보유액은 충분한가요?

"외환보유액은 과거 가장 큰 폭의 감소가 있었던 시기(2008년 10월)와 비교해 두 배 많은 상황입니다. 충분한 규모입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 역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동일 신용등급 국가에 비해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외환위기 가능성은 없다는 얘긴가요?

"한국은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의 37%가 대외자산입니다. 외환보유액은 단기적인 대외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모든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신용등급도 일본보다 높은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밑돌 수 있는데요.

"4000억달러가 기준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규모로 외환보유액을 쌓고 있고 외환시장 개입을 하고 있습니다. 연간으론 경상수지는 흑자이고 펀더멘털(기초체력) 감안 시 외환보유액은 충분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계약한 FIMA(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하는 것)를 사용할 계획이 있나요?

"외환보유액과 시장 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문제입니다. Fed는 미국 국채 가격이 갑자기 내려가고 해외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도하면서 시장 불안이 가속화할 경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FIMA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 국채 시장은 현재 원활하게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시장 교란이 있다면 Fed와 협의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