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학회 정책토론회 "지자체, 책임 없고 권한 막대…세금 사용 비효율"
"국민연금 고갈되면 보험료율 35%로 오를 것…개편 필요"
"국가채무 1천조 vs 지방채무 31조…지방교부금, 재정위험 가속"
나라 살림을 건전화하려면 재정준칙 도입 등 중앙정부 재정을 관리하는 노력뿐 아니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 재정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아 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책연구실장은 29일 한국재정학회가 서울 은행회관에서 '새 정부의 재정구조 개편과제'를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에서 "국세 수입에 연동된 지방 이전지출 규모 결정 방식은 재정 위험을 가속한다"며 "국가·지방채무의 수준과 증가율을 보면 국가채무를 통해 지방으로 재원을 이전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5대 25인 반면, 국가채무(1천68조원) 대 지방채무(31조원) 비율은 97대 3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내년 예산안 639조원 중 지방 이전지출은 약 4분의 1인 153조원이다.

김 실장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재정당국의 의지는 재량지출 부문에서만 실현 가능한데 지방 이전지출은 중앙정부 예산 항목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국회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의무지출이라며, 이러한 지출이 재량지출을 구축(驅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 구조상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 이전지출은 경기가 좋으면 늘어나고 나쁘면 줄어들기 때문에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상쇄하고, 재정 수요를 반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 지자체는 세금을 걷는 책임은 없지만, 세금을 쓰는 권한은 막대해 지방지출의 과다 공급, 즉 세금 사용의 비효율성 문제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지방재정 구조를 시급히 개혁하지 않으면 최근의 국가채무 급증이 한국 재정을 일본처럼 만성적으로 허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지방세는 지방 정부 스스로 세율을 결정하는 자주재원이 아니라 국가가 징수해 이전하는 재원이므로 자치 분권을 위해 지방세 비중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체가 없는 허구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미래 재정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재정학회 회장인 전영준 한양대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현재 9%인 소득 기준 보험료율이 35% 수준까지 상향조정돼야 할 것이라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체계를 조기에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나 경희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탄소 가격 정책 등 새로운 세원이 발굴될 수 있지만, 탄소 가격이나 규제로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법인세나 소득세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재정 리스크를 추정해 재정전략과 부채 관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한국재정정보원 박사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중·저숙련 노동이 기술로 대체됨에 따라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높은 보상을 얻는 그룹과 안정성이 낮고 파편화된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그룹으로 노동시장이 이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극화가 심화하면 재분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무리한 재정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