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9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가 연 3.65%, 5년 만기가 연 4.30%로 집계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전월과 같은 수준이다. LPR은 시중 18개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의 평균치다. 중국은 2019년 8월부터 이를 기준금리로 쓰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평균치를 발표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으로 LPR을 결정한다. 1년 만기는 일반 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다.

인민은행은 올해 1년 만기 LPR을 1월과 8월 두 차례, 5년 만기는 1월과 5월, 8월 세 차례 인하했다. 5년 만기 LPR을 더 자주 내린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것과 달리 중국은 기준금리를 동결 또는 인하하고 있다. 부동산과 코로나19 통제로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이어서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세가 더 가속할 수 있어 인하에도 소극적이다.

외국인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역대 최장 기간인 7개월 연속 중국 채권을 순매도했다. 누적 순매도 규모는 5000억위안(약 99조원)에 달한다. 상하이 외환시장(역내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2.14% 하락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7%가량 내려갔다. 역내와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2년여 만에 1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8월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좋게 나온 것도 인민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4%로 7월(2.7%)에 비해 크게 뛰었다. 마르코 쑨 MUFG은행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이 8월 금리 인하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이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고 있어 올해 안에 5년 만기 LPR은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