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장거리 여객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노조가 예고대로 17일(현지시간)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 물류 대혼란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국 철도 노사가 합의하지 못해 파업이 일어나면 199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철도 파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철도 노동자 12만5000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하루 평균 7000대의 장기 화물열차가 운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철도협회는 철도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하루 평균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철도는 2020년 기준 미국 내 화물 운송의 26.9%를 담당한다. 트럭(45.4%)에 이은 제2의 화물 운송 수단이다.

미국에서 철도는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화물을 내리면 기차가 이 상품을 내륙으로 옮기는 식이다. 그런데 철도가 멈춰서면 화물이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힘들다. 트럭으로 철도 운송을 대체할 수 있지만, 미국 내 트럭과 트럭 운전사가 모자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철도 파업 시 기존 철도가 담당한 화물을 처리하려면 장거리 운행 트럭이 46만7000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물류 대란으로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고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세라 하우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철도 파업이 일어나면 인플레이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철도 파업으로 여객 운송도 차질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여객철도는 화물 운송 철도회사들이 관리하는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여객철도공사인 암트랙(Amtrak)은 이런 점을 고려해 장거리 대륙횡단철도 노선 운행을 중단시켰다.

미국 내 12개 철도회사 노조는 2020년부터 근무조건 향상 등을 요구해왔다. 중재위원회는 지난달 양측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 인상과 의료 혜택 개선 등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12개 노조 중 2개 노조가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철도 파업을 막으려면 12개 노조가 모두 동의해야 한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