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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욱진 논설위원입니다.

  • [천자칼럼] 국방 천조국 美

    ‘천조국(天朝國)’이라는 표현은 조선시대 명나라를 가리킬 때 사용됐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 황제를 ‘하늘의 아들’ 천자로 불렀다. 이 표현은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을 지칭하는 수식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경제와 국방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강국임을 다소 비꼬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국방비가 1000조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천조국(千兆國)’으로 더 많이 쓰인다.실제로 미국 국방비는 2011년 1000조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9010억달러(약 1334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국방비의 4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로, 2위인 중국과의 격차는 3배 이상이다. 올해 한국 국방 예산(약 61조원)의 20배가 넘고, 전체 예산(약 677조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국방비는 우주 역량 등 첨단 기술 개발에 20%가량이 투입된다. 군 전력 강화와 현대화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전투기의 절반, 항공모함의 3분의 2가 미군 소유다.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하는 국방비는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국방비를 대폭 늘린 중국도 GDP 대비 1.6%에 그치고 있으며, 한국 역시 2.3%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우방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러시아의 위협이 커진 EU는 올해 전년 대비 11.7% 급증한 사상 최대 국방비를 지출했으며, 내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도 2035년까지 GDP의 3.5%까지 방위비를 늘린다는 계획을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상태다.국방비 증액은 우리에게도 부담이지만, 동시에

    2025.12.21 17:20
  • [천자칼럼] '대서양 동맹'의 파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할아버지는 19세기 말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인물이다. 사업가 시절 트럼프는 독일계 혈통이 자랑스럽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그러나 정치인 트럼프는 이념이 맞지 않는다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그는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유럽연합(EU)을 비난하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했다. 당시 독일의 이민 정책을 “실패”라고도 꼬집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분담, 무역과 관세 문제 등에서 유럽과 잦은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2기는 더 신랄하다. 유럽의 정치 체제와 정체성까지 강하게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럽은 지금 지옥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민 제한과 신재생에너지 폐기를 촉구했다.이런 가운데 미국이 지난 5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이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전략은 “고유의 가치를 잃은 유럽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미미해지고 있다”며 “문명의 소멸 위기”라고 진단했다. 중국과 정면충돌을 피하고, 러시아와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는 미국이 우방인 유럽을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략적인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유럽이 미국보다 강력한 기업·환경 규제를 하고, 인종·성별·종교 다양성을 인정하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분열 양상을 보이는 유럽이 진보적 가치를 내려놓고 미국식 자유주의와 전통적 보수주의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유럽 국가들은 새 N

    2025.12.08 17:38
  • [천자칼럼] 암호화폐 때리는 中

    중국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처음으로 규제한 시점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급등한 비트코인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자, 중국에서도 많은 이가 투자·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인민은행은 “법정 화폐가 아니고 위험성이 큰 자산”이라며 암호화폐 거래를 막았다. 2017년에는 암호화폐 신규 발행(ICO)을 차단하고, 거래소까지 모두 폐쇄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상하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했다. 이런 규제에도 노동력과 전기료가 저렴한 중국 내 코인 채굴이 계속 이뤄지자 2021년에는 채굴도 전면 금지했다.중국이 규제를 총동원한 것은 비트코인의 이념과 지향점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충돌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한 비트코인은 정부 주도의 중앙 집중적인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된다. 엄격한 자본 통제와 유출 방지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암호화폐산업이 완전히 붕괴하지는 않았다. 중국은 여전히 채굴 장비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비트코인 채굴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 완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을 내세워 달러 패권 강화에 나서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였다.그러나 중국은 그 기대를 일축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9일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단속 의지를 재확인했다. ‘디지털 위안화’를 밀고 있는 중국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여전히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이다. 정부 제동에 알

    2025.12.02 17:10
  • [시사이슈 찬반토론] 음식점에 반려동물 동반 허용해야 할까

    현행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은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다. 영업장과 동물이 머무는 공간을 명확하게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카페나 야외 테라스, 펫 전용 식당 등은 업주 재량으로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규제를 완화해 2026년 상반기부터 일정한 시설 기준과 위생 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음식점, 카페, 제과점 등에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우리 사회의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00만 명을 넘어섰고, 전국 가구의 4분의 1가량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Pet+Family)족’이 늘면서 외식할 때도 함께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음식점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다. 위생과 안전, 비(非)반려인 고객의 불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식당 출입은 어디까지 허용하는 게 좋을까. [찬성] 반려동물도 가족…금지보다 관리, 시대 변화 맞는 공존의 제도화 필요반려동물과 함께 식당에 가려면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른다. 특별히 허용된 펫 카페나 야외 테라스를 제외하면, 일반 음식점에서는 동반 출입이 불가능하다. 허용된 곳이 야외라면 여름 폭염이나 겨울 추위에 노출된 채 식사를 해야 하는 어려움과 불편도 크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허용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춘 사회적 공존의 시도로 봐야 한다. 반려동물은 이제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외식, 여행 등 일상에서도 ‘함께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2025.12.01 10:00
  • [천자칼럼] 해외 주식 투자도 증세?

    우리나라의 금융자산 양도차익 과세는 상당히 복잡하다. 국내 상장주식은 원칙적으로 비과세지만 해외 주식, 비상장주식, 파생상품의 양도소득세는 다른 나라들처럼 정률(20%) 과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22%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기본공제 250만원)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주식으로 1억원의 차익을 내면 2145만원(9750만원×22%)의 세금을 내야 한다.최근 서학개미 사이에 해외 주식 투자 차익에 대한 증세가 논란이다.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정부가 환율 안정 카드로 세제를 거론하고 있어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여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했다. 원론적 답변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필요한 경우 과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서학개미가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시각을 여러 차례 비쳤다. 실제로 지난달 내국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약 10조원으로 2011년 이후 최대였고, 이달에도 미국 주식 순매수액만 7조34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하루 평균 100조~120조원이 거래되는 외환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환율을 좌우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서학개미들은 투자 커뮤니티 등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쿠폰 지급 등 확장 재정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 원화 약세를 자초한 측면은 외면한 채, 책임을 개인투자자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 전망이 밝다면 굳이 해외로 나가겠느냐는 냉소도 쏟아진다.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2·3조)에 이어 상법 개정, 정년 연장 등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잇따르고 있는 게 사

    2025.11.27 17:31
  • [천자칼럼] 공무원 복종 의무 폐지

    공무원의 충성과 복종 의무를 명시한 최초의 근대적 성문법은 1794년 프로이센에서 만들어졌다. 1806년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국가 재건을 명분으로 군대식 상명하복 원칙을 행정 전반에 강하게 이식했다. 이 전통은 프로이센 주도로 성립된 독일제국으로 이어졌고, 1873년 제국공무원법 제정으로 제도화됐다. 물론 독일식 관료제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영국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실용주의 관료제를 발전시켰고, 프랑스는 법령에 따른 규율과 행정 일관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과정에서 독일식 관료제를 적극 받아들였고, 전후인 1947년 제정한 법에도 여전히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충실히 따른다’는 규정을 남겨뒀다.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조선 사회의 유교적 위계 문화가 더해져 공무원 조직에는 강한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내렸다. 해방 이후 1949년 제정된 국가공무원법에 복종 의무가 포함된 것은 이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다. 다만 제정 당시 법에는 위법·부당한 명령에 이의 제기와 불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1963년 박정희 정부가 공무원 통제 강화를 명분으로 삭제했다.이렇게 76년간 존속해온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인사혁신처가 어제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복종 의무를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순화하고,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불복 절차를 되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기된 문제의식, 즉 공무원도 상관의 위법·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어야

    2025.11.25 17:32
  • [서욱진 칼럼] 보유세 인상, 신중해야 하는 이유

    2005년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출범 초기부터 ‘미실현 이익 과세’ 논란에 휩싸였다. “집값이 올라도 팔지 않으면 현금 유입이 없는데 어떻게 세금을 내느냐”는 반발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8년과 2024년 두 차례 위헌 심판에서 모두 종부세 제도 자체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보유 자체가 ‘잠재적 담세력(擔稅力)’을 보여준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헌재는 매번 제도의 미비점도 함께 짚었다. 2008년 세대별 합산 과세를 위헌으로 결정해 인별 과세로의 전환을 이끌었고, 2024년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중과에 소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 종부세가 사회적 논란을 낳은 것은 사실상 ‘부유세’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합산 과세, 가파른 누진세율, 국세 부과 등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하는 징벌적 성격이 뚜렷했다.최근 종부세로 대변되는 보유세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공공 주도 개발을 천명한 9·7 공급대책,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 대책으로도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보유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보유세가 낮은 건 사실”이라고 했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개인적 의견이지만 보유세 인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응능부담(應能負擔·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을 들며 “미국처럼 재산세를 1% 부과하면 50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연 5000만원”이라고 했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0.1~0.2%)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0.3~0.6%)보다 낮다는 점

    2025.11.18 18:09
  • [천자칼럼] 2030의 조급한 투자

    2030 투자자는 정보 습득 속도가 가장 빠른 세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튜브, X(옛 트위터), 틱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신속하게 흡수한다. 해외 주식 투자에도 거리낌이 없다. 원어 뉴스는 물론이고 공시나 리포트까지 직접 찾아보는 게 일상이다. 직접 투자 대상도 미국을 넘어 중국 일본 인도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산업과 기술 트렌드 이해도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확실히 높다. MZ 투자자가 ‘스마트 개미’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그러나 종잣돈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 방’을 기대하며 조급하게 움직이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조정받자, 2030 투자자들이 강세장이 펼쳐진 국내 증시로 속속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새로 개설된 주식 계좌의 50.9%가 10~30대 소유라고 한다.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급증한 것도 청년층이 주도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올 들어 9월까지 연령별 주식 투자 수익률을 분석해 보니 60대 이상 여성(26.9%)이 가장 높았고, 20대 남성(19.0%)은 가장 낮았다. 잦은 종목 교체로 지수 상승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조급함’이 부메랑이 된 셈이다. 공격적 투자도 우려스럽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두 개가 하락 시 회복이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2~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테마주 쏠림도 반복된다. 지난 6월 서학개미 순매수 1위였던 스테이블코인 관련주 써클은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 났다.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코인 선물에까지 손대는 청년층도 적지 않다

    2025.11.17 17:28
  • [천자칼럼] K푸드, H마트에서 웃다

    미국 이민자 권일연 H마트 회장이 뉴욕 퀸즈에 ‘한아름마트’라는 작은 식료품점을 연 것은 1982년 9월. 현지 슈퍼에서 김치, 고추장, 라면 같은 한국 식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예상대로 이민자와 주재원, 유학생들이 고향의 맛을 찾아 줄을 섰다. 이 마트는 1990년대까지 뉴욕·뉴저지 일대 한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 ‘한인을 위한 마트’에서 아시아 식품 전문 마트로 변신했다. 이 무렵 이름도 ‘H마트’로 바꿨다. 코스트코형 매장에 한국식 식품관과 푸드코트를 결합한 전략은 주효했다. 일본·중국·대만계는 물론 미국인 고객까지 끌어들였다. 전체 고객의 3분의 1이 비(非)아시아계로 추정된다.2020년대 들어 H마트는 단순한 마트를 넘어 이민자의 정체성을 품은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미셸 자우너의 (Crying in H Mart)가 2021년 뉴욕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다.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한국인 어머니를 떠올리며 “H마트 식재료를 보면 눈물이 난다”는 이 회고록은 이민자들에게 깊은 향수와 위로를 안겼다.음식, 음악, 드라마 등 K컬처의 인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제 H마트는 ‘K웨이브 유통 플랫폼’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가 H마트에서 구매한 한국산 고추참치를 조미김에 싸 먹으며 “미쳤다”고 극찬한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낯선 한국 식품이 세계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통로가 된 셈이다. H마트는 한국 제품의 해외 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하고 있다.H마트가 최

    2025.11.09 17:22
  • [천자칼럼] 현금 부자만 신난 '로또 청약'

    아파트 분양가 규제는 1977년 주택청약제도 시행과 함께 시작됐다. 정부가 3.3㎡당 상한 가격을 정하고, 그 이상으로 분양가를 정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노태우 정부가 1989년 원가연동제를 실시하면서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났다. 그러다가 외환위기로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1999년 아예 폐지됐다.다시 살아난 건 노무현 정부 때다. 2005년 택지비에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됐다. 처음에는 공공택지 내 전용 85㎡ 이하 아파트만 대상으로 했다. 민간택지까지 규제하면 재건축·재개발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2007년 ‘고분양가가 인근 시세를 자극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민간택지로 확대했다.이후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달라졌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폐지한 것을, 문재인 정부가 2019년 되살렸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더해 인근 아파트 분양가의 10% 이상 인상을 제한하는 초법적 규제까지 가했다.윤석열 정부는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남기고 적용 지역을 대폭 축소했다. 분양가상한제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수익성 악화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규제를 피하려는 단지들은 아파트를 다 지은 뒤 매각하는 후분양을 택했다. 무엇보다 상한제 지역의 분양은 모두 ‘로또 청약’으로 변질했다. 오는 11일 1순위 청약을 받는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은 당첨만 되면 20억~30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분양하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청약 과열 등 시장 왜곡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막대한 시세 차익의 기회가 소수 현금 부자에게

    2025.11.06 17:35
  • [시사이슈 찬반토론] 주간 아파트값 통계조사, 폐지해야 하나

    아파트값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2008년부터 주간 단위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지수를 발표해오고 있다. 올 들어 “집값에 다시 불이 붙었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주간 변동률을 보면 10억원 아파트 기준으로 수백만원의 가격 변화에 불과하다. 주간 시세가 실제 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럼에도 언론과 시장은 “집값이 반등한다”는 식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정부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부동산 대책과 같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간 단위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의 장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간 시세를 없애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찬성] 정확성 부족한데 시장심리만 자극…세계서 한국만 주간 단위 집값 발표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시세는 우선 정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조차 평균 거래 주기가 11년을 넘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주 지수를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조사원이 과거 거래나 인근 단지 가격을 토대로 시세를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동산원 통계는 실거래 지수라기보다 ‘시세 지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시장심리를 왜곡하는 것도 문제다. 0.1%의 시세 변동은 실제로는 몇백만원 정도의 가격 변화에 불과하지만, 언론은 이를 ‘서울 아파트값 반등’ ‘매수세 확산’ 등으로 해석한다. 이 뉴스를 토대로 매도

    2025.11.03 10:00
  • [천자칼럼] 부동산 백지신탁

    197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진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윤리적 통제 부재가 권력 남용을 낳았다는 뼈저린 반성이 잇따랐다. 이 자성은 1978년 정부윤리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부정 재산 축적을 막는 재산 공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 등이 마련돼 전 세계 ‘공직윤리 제도화’의 출발점이 됐다. 한국도 1981년 아시아에서 선도적으로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했다.그러나 이번엔 주식이 문제였다. 2000년대 초 윤태식 게이트 등 주식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2003년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도 논란이 됐다. 결국 2005년 공직자윤리법에 주식 백지신탁제 조항이 신설됐다. 고위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3000만원 초과)을 보유한 경우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신탁하도록 한 것이다. 수탁기관은 60일 이내 이를 처분해야 해 사실상 매각을 강제하는 조치였다. 이로 인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중소기업청장으로 지명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이제 신탁 대상이 부동산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가 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다. 갭투자(전세 낀 매입) 주택도 처분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부동산 백지신탁이 도입되면 ‘강남에 사는 고위 공직자가 강남 집값을 잡는 정책을 펴는’ 모순은 줄어들 것이다. 정책 신뢰성이 높아지고, 내로남불 논란도 사그라들 수 있

    2025.10.30 17:29
  • [천자칼럼] 조세 응능(應能)부담 원칙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에서 “모든 국민은 각자 능력에 따라 국가 유지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귀족과 성직자의 면세 특권을 비판한 것이다. 이 사상은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에도 반영돼 납세 능력에 맞춰 세금을 매기는 ‘응능부담(應能負擔)’ 원칙의 출발점이 됐다. 조세 응능부담 원칙은 ‘한계효용 체감의 원리’와 결합해 고소득자에게 누진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했다. 이후 ‘형평의 원칙’이 공공경제학의 ‘담세력 과세’로 체계화하며 현대 조세제도의 근간이 됐다. 한국도 헌법 제59조와 조세기본법 제3조에 이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최근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에서 이 원칙이 주목받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세 강화가 응능부담 원칙에 부합한다”며 “미국처럼 재산세를 1% 부과하면 50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연 5000만원이 된다”고 했다. 고가주택 보유자의 매도를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0.3~0.6%)보다 낮다. 그러나 단순 세율 비교는 무의미하다. 한국은 시가에 가까운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주의 보유세율은 2%를 넘지만, 각종 감면·공제 후 실질 부담이 연소득의 3%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응능부담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보유세 인상보다 거래세 인하가 우선이다. 거래세와 상속·증여세 등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세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05%로, OECD 평균(1.96%)의 두 배 수준이

    2025.10.20 17:44
  • [천자칼럼] 주간 아파트값 시세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곳은 1986년 주택은행이다. 주택담보대출 평가를 위해 전국 주요 단지의 시세를 매주 파악해 ‘주택가격동향’으로 발표했다. 2001년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합병하면서 ‘KB국민은행 시세’로 이름이 바뀌었다. 별도 통계가 없던 정부도 이 지수를 공식 자료처럼 활용했다.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이 실거래 기반의 지수를 만들기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정부의 공식 통계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두 기관 모두 주간 단위로 시세를 내지만 방식은 다르다. 부동산원은 감정평가사 등 조사원이 전국 2만여 표본 단지를 직접 찾아가 시세를 확인한다. 반면 KB는 전국 4000~5000곳의 공인중개업소에서 실거래 가능 가격을 수집한다. 전자는 ‘표본 통계형’, 후자는 ‘현장 체감형’ 시세다.정부가 부동산원의 주간 시세 발표를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주간 조사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하루빨리 (개편을 위한)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주간 아파트값 동향이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온 국민이 변동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시장을 과도하게 자극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시세 조작 논란까지 있었다. 주간 단위로 집값 통계를 내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하지만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주간 시세를 없애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공식 통계가 사라지면 변동성

    2025.10.14 17:34
  • [천자칼럼] 코인 청산빔

    ‘사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암호화폐 시장에 첫발을 들이는 이들은 대개 비트코인부터 산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대장 코인에 장기 투자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등락폭이 제한적이자 이내 지루함이 찾아온다. ‘이더리움이 기술적으로 낫지 않을까’ ‘리플이나 솔라나가 더 오를지도 모른다’ 등의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들 코인은 비트코인 정도의 위상은 아니지만 메이저 코인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다.자연스레 눈길은 ‘한 방’을 노리는 알트코인으로 간다. 거래량이 적고 실체도 불분명하지만 ‘잘 고르면 수십 배도 간다’는 환상은 대부분 투자자를 깡통 계좌로 몰아넣는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대출까지 끌어다 쓰면, 결국 마지막 선택지는 고위험 파생상품인 코인 선물이 된다. 코인이 오를지(롱) 내릴지(쇼트) 방향성만 맞히면 된다는 착각 아래 최대 100배까지 레버리지를 건다. 시장이 예상을 벗어나면 한순간에 전 재산이 증발하는 도박이다. 증거금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 매매가 이뤄지는 이른바 ‘청산 빔(beam)’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격 그래프가 빛줄기처럼 일직선으로 치닫는 양상을 빔에 빗댄 표현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쳤다. 발표 직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이 급락했고, 191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선물이 강제 청산됐다. 사상 최대 규모로, 이 중 90%가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이었다. 한국 투자자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선물 거래가 불가능해 대부분이 바이

    2025.10.12 17:24
  • [서욱진 칼럼] 증시 레벨업의 '마지막 퍼즐' 상속세

    지방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A대표는 공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창업 30년의 손때 묻은 기계들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직접 확인하는 일상이다. 요즘 대세라는 인공지능(AI) 연관 산업에 몸담고 있어 당장 매출 걱정은 크지 않다. 하지만 칠순을 앞둔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은 따로 있다. 바로 상속 문제다. 최고 60%의 상속세를 맞으면 가족 경영권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요즘 사모펀드(PEF) 관계자들이 찾아온다. 홍콩 등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에 재계·금융계 인맥까지 두터운 이들은 회사를 높은 가격에 인수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매각 후에도 경영은 그대로 맡기되, 최고재무책임자(CFO)만 자신들이 선임해 기업 가치 제고 후 상장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남긴 지분은 상장 후 지금의 몇 배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말도 곁들인다.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세를 이어온 코스피지수가 추석 연휴 직전 사상 처음으로 3500을 돌파했다.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시중 자금을 생산적인 증시로 유도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난 7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1차, 8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자사주 강제 소각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도 추진이 예고됐다. 기업에 족쇄라는 우려가 크지만, 증시는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증시에 부담이 되면 정책 수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7월 발표된 세

    2025.10.09 17:09
  • [천자칼럼] 재택근무 폐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6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전 직원에게 “9월부터 주 3일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변이 확산과 직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일정은 몇 차례 연기됐다. 결국 2022년 4월 주 1일 출근을 시작했고, 같은 해 9월이 돼서야 주 3일 출근 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이후 알파벳(구글), 메타(페이스북) 등도 잇따라 ‘3일 출근+2일 재택’의 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했다.애플이 미국 빅테크 가운데 가장 먼저 복귀 방침을 내놨다면, 테슬라는 가장 강경하게 원격근무를 금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2년 6월 “원격근무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주 40시간 이상 지정된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으면 ‘근무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고, 출근을 거부한 직원들은 해고했다.재택근무의 효과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크다. 이직률을 낮추고 성과를 높인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근태 관리가 어렵고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물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만 보면 원격근무가 훨씬 낫다. 재택근무 축소가 인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 속에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재택이 제한적이었고, 상당수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들도 재택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마존과 델은 올해부터 주 5일 출근을 원칙으로 삼았다.현대오토에버가 다음달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하기로

    2025.10.01 17:27
  • [천자칼럼] 형법상 배임과 상법상 특별배임

    우리나라에서 배임을 처벌하는 규정은 두 갈래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들어간 일반 배임죄와 1962년 상법 전부 개정에서 신설된 특별배임죄다.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반해 손해를 가하면 처벌한다’는 포괄 규정이다. 기본 형량은 5년 이하 징역이지만, 범죄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따라붙는다. 그 경우 최저 형량이 3년 이상으로 껑충 뛴다. 금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현실에서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이 규정은 ‘회사의 재산상 이익을 해할 목적으로 임무를 위배한 경우’에 한정돼 있어서다. 입증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적용 주체도 회사 이사나 업무집행자 같은 경영진에 국한된다. 반면 형법상 배임은 ‘타인의 사무처리자’라는 넓은 개념을 쓰기 때문에 적용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 때문에 기업 비리 사건에도 형법상 배임에 특경법 가중처벌을 얹는 방식이 정석처럼 쓰이고 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1999년), SK글로벌 분식회계(2003년), 한화그룹 계열사 지원(2007년) 등이 모두 이 조합을 적용받았다.정부와 여당이 어제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민사책임 강화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 활동의 족쇄를 풀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사실상 사문화한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는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형법상 배임죄만 폐지하기로 한 것은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대통령 구하기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계는 일단 ‘경제 형벌 합리화 조치’를 일제히 환영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특별배임죄까지 없애지 않은 것에 아쉬

    2025.09.30 17:46
  • [시사이슈 찬반토론] 낚시면허제 도입해야 하나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지속 가능한 낚시 환경 조성을 위한 ‘제3차 낚시진흥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적용되는 이 계획은 △더 안전한 낚시 환경 △현장 중심 낚시 정책 △건전한 낚시 문화 확산 △낚시 산업 육성 기반 구축 등 4대 전략을 담고 있다. 세부 추진 과제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낚시면허제다. 정부는 최근 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일부 어종에 과도한 어획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낚시인과 어업인 간 갈등과 같은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낚시에 대해서도 과학적·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낚시면허제는 낚시 지역과 어종별로 차등화된 면허를 발급하고, 면허 취득자에게 수산자원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수산자원 조성, 해양 환경 개선 등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 발표가 나오자 과도한 규제로 낚시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낚시면허제를 도입하는 게 맞는 걸까.[찬성] 수산자원 보호 위해 절실…미국·일본 등에서도 이미 운용 낚시면허제 도입은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낚시 갈등 완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나라 낚시 인구는 2000년 약 500만 명에서 2023년 약 72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2029년에는 8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낚시 인구의 증가는 연근해 수산자원 감소와 직결된다. 특히 특정 인기 어종의 집중 어획은 자원 고갈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 해역에서는 조업 구역과 어획량을 둘러싼 어업인과 낚시인 간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허제를 시행하면 낚

    2025.09.29 10:00
  • [천자칼럼] 매크로 암표

    1973년 제정된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은 우리나라 최초의 ‘암표 처벌법’이다. 나루터, 정류장 등에서 입장권을 웃돈 받고 되팔면 2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루터’라는 표현에서 보듯, 온라인과 모바일이 일상이 된 오늘날의 암표 거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오프라인 거래만 겨냥했고, 실제 단속과 집행도 많지 않았다.암표는 꾸준히 존재했지만, 2020년대 들어 더는 방치하기 힘든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임영웅, 아이유 등 인기 가수 공연 티켓이 정가의 수십 배인 수백만원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있다. 한 번 입력으로 무한 반복이 가능한 매크로는 정상 이용자의 예매 기회를 빼앗고, 일부 암표상이 표를 가로채게 했다.정부는 결국 2023년 공연법을 개정해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상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 법이 시행됐으니, 50년 만에 새로운 암표 처벌 규정이 생긴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암표 거래를 처벌해야 한다는 제도 개선안을 내기도 했다.그렇다면 매크로로 구한 티켓을 되팔지 않고 직접 쓰면 어떨까. 적발되면 예매처는 대부분 구매 취소나 향후 예매 제한 등 불이익을 준다. 하지만 형사 처벌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대량·상습적으로 시스템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될 때만 대상이 된다. 실제로 올 설 연휴를 앞두고 수서고속철도(SRT) 승차권을 매크로로 예매한 이들이 최근 업무방해 혐의로 송치된 바 있다. 이들의 불법 접속은 무려 6400만 건에 달했다.지난 17일 코레일의 추석 기차표 예매 사이트는 최대

    2025.09.26 17:24
  • [천자칼럼] 같은 이름, 다른 회사

    “몇 번 말해. 라면 만드는 그 회사 아니라고.”삼양그룹이 지난 6월 내놓은 기업 광고에서 배우 박정민이 던진 대사다. 식품·화학·의약을 주력으로 하는 삼양그룹은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의 혼동을 절묘하게 짚어내 유튜브 조회수가 1400만 회를 넘겼다. 같은 이름으로 오해받는 사례는 의외로 적지 않다. 삼천리(도시가스)와 삼천리자전거(자전거), 동원산업(참치)과 동원수산(수산물) 등이 그렇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사명에 ‘삼성’이나 ‘현대’가 들어간 회사도 부지기수다. 삼성출판사, 삼성제약 등은 삼성그룹과 무관한 회사다.최대주주가 바뀌어 계열이 분리된 뒤에도 기존 사명을 그대로 써 혼란을 키우는 사례도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살리려는 의도가 크지만, 때로는 피해를 보기도 한다. 2015년 하림그룹이 인수한 팬오션(옛 STX팬오션)은 1년 가까이 옛 이름을 쓰면서 STX그룹 부실 사태의 불똥을 맞았다. 벌크선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권이던 기존 사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STX 사태의 신용도·평판 리스크가 전이된 것이다.LG건설 역시 2005년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1년 뒤에야 GS건설로 사명을 바꿨다.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높은 선호도를 새 간판에 흡수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OB맥주는 두산그룹이 2001년 매각한 이후에도 사명을 유지하고 있다. 충성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다.최근 롯데카드의 대규모 해킹 사고로 롯데그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룹과 무관해진 카드사의 사고가 롯데그룹 전체 이미지 훼손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지

    2025.09.22 17:30
  • [천자칼럼] 근절되지 않는 태양광 비리

    2017년 11월 서울시는 1조7000억원을 들여 100만 가구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파트 베란다와 주택 옥상에 패널을 얹어 ‘태양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한 달 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내놨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였다. 당시 한국의 비중은 7%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4%에 크게 못 미친다는 논리였다.정책 지원이 쏟아지자 태양광 사업자가 급증했다. 그 과정에서 운동권 출신 인사가 대거 진입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운동권 대부’ 허인회 씨가 이사장을 맡았던 녹색드림은 2021년 서울시 조사에서 37억여원의 특혜성 보조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가족의 태양광 사업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업 구조를 잘 아는 한국전력 직원들의 비리도 태양광을 ‘복마전’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감사원은 2018년 51명, 2023년 182명의 한전 직원을 태양광 비리로 적발했다. 한전은 그제야 태양광 비위가 드러나면 곧바로 해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3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태양광 비위로 적발된 한전 직원 총 237명 가운데 해임자는 1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정직 등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한전은 노동위원회와 법원 소송에서 뒤집힐 수 있어 해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런 소극적 태도로는 부패의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이다. 배우자나 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소를 차명 운영하거나, 공사 승인 등 인허가 권한을 이용해 이

    2025.09.20 00:21
  • [천자칼럼] 케데헌 열풍과 IP 주권

    문화 분야 지식재산권(IP)으로 사업을 본격화한 사람은 20세기 초 월트 디즈니다. 디즈니의 첫 캐릭터는 1927년 나온 ‘오스왈드 래빗’이었다. 디즈니는 이 토끼 캐릭터로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큰 성공을 거뒀지만, 배급사인 유니버설픽처스가 제작비 삭감 등 부당한 압력으로 판권을 가로챘다. 창작자 권리를 지켜줄 장치가 미비하던 시절의 뼈아픈 교훈이었다. 절치부심한 디즈니는 1928년 세계 캐릭터산업의 상징이 되는 ‘미키 마우스’를 내놓은 뒤 저작권·상표권을 확고히 하면서 체계적인 라이선싱 작업에 나섰다. 극장은 물론 TV·출판·완구·패션·테마파크까지 사업을 확장했다.디즈니는 지난해 캐릭터 활용 매출로만 620억달러(약 86조원)를 거둔 세계 1위 문화 IP 기업으로 성장했다. 1970~1980년대 일본의 ‘건담’ ‘드래곤볼’ ‘포켓몬’ 등은 게임·만화·장난감과 연계한 IP 기반의 수익 다각화 모델을 정착시켰다.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이후 IP 보호는 국제무역의 핵심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는 단순 창작물이 아니라 글로벌 IP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OST가 이번주 미국 빌보드 싱글·앨범 차트 동반 1위를 차지했다. K팝 앨범과 수록곡이 동시에 정상에 오른 것은 BTS 이후 5년 만이다. 케데헌의 IP 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러나 한국이 얻은 것은 한류 확산의 간접 효과뿐이다. 넷플릭스가 판권을 쥐고 있어서다. ‘오징어 게임’ 역시 1조원 이상을 벌었지만, 한국 제작사가 받은 건 25억원에 그쳤다.올해 글로벌 IP 상위 50대 기업

    2025.09.16 17:35
  • [서욱진 칼럼] 시장 의구심 키운 9·7 대책

    문재인 정부는 집값 잡기에 진심이었다. 2017년 5월 출범 한 달 만에 6·19 대책으로 과열 지역을 ‘핀셋 규제’했고, 두 달 뒤 8·2 대책에서는 대출·세금·청약·전매를 총망라한 규제를 쏟아냈다. 이후 서울 집값은 잠시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안정세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다시 눌렀지만, 집값은 또다시 반등했다. 결국 2018년 9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다주택자 대출 금지를 담은 9·13 대책이 나왔다. ‘규제 끝판왕’으로 불린 이 대책은 서울 집값을 7개월간 하락시켰다. 이번만큼은 집값이 반등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그러나 2019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 둔화 우려로 한국은행은 그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 10월 연 1.25%로 잇따라 내렸다. 정부는 8월 5조83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며 확장적 재정정책에 나섰다. 규제로 묶인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기보다 버텼고, 수요는 강남 등 핵심지로 쏠렸다. 결국 집값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지금의 환경은 6년 전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 고용시장 악화 등을 겪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Fed)은 9월 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 8월 금리를 동결한 한은도 여기에 맞춰 10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 풀기는 그때보다 더하다. 정부는 지난달 말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으며 전 정부의 긴축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앞서 1·2차 추경으로도 35조원을 마련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에 투입하고 있다. 모두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이다.‘똘똘한

    2025.09.15 17:40
  • [천자칼럼] 딴따라 JYP

    1994년 비닐 바지를 입고 무대에 선 신인 가수 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의 ‘날 떠나지마’는 가요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파격의 엉덩이춤은 한국 대중음악사 최초의 남성 섹시코드 안무로 기록됐다. 호불호 속에서도 이 곡은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어 ‘청혼가’(1995년), ‘그녀는 예뻤다’(1997년), ‘HONEY’(1998년) 등을 히트시키며 정상에 올랐다. 2000년대에는 가수보다 프로듀서로 더 빛났다. ‘국민 그룹’ god, ‘월드 스타’ 비, 트와이스를 키워낸 주역이다. 국내 무대에 만족하지 않은 그는 2003년 국내 기획사 중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도전했다. 원더걸스가 2009년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당초 기대에 미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경험은 훗날 K팝 열풍의 밑거름이 됐다. 그가 원더걸스 홍보를 위해 직접 전단을 돌린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JYP 소속 스트레이키즈가 최근 BTS의 기록을 넘어 7개 앨범 연속 빌보드 1위를 달성한 것은 그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그는 자신을 ‘딴따라’라고 불러왔다. 연예인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지만, 그는 “음악과 무대에 미쳐 사는 진짜 딴따라”라며 이를 긍정적으로 재정의했다. 지난해 30주년 공연명도 ‘딴따라 JYP’였다. 연세대(지질학과 90학번) 시절부터 유명한 춤꾼이던 그는 지금도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유일한 기획사 수장이다.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와 열정으로 현역 댄스가수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그런 그가 이번에는 공직에 도전한다. 그제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내정된 것이다. 한국 대중문

    2025.09.10 17:36
  • [시사이슈 찬반토론] 신규 교사 임용 축소…교원 감축 불가피한가

    정부가 내년도 공립 신규 교사 임용 규모를 크게 줄이기로 하면서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6일 발표한 ‘2026학년도 공립 신규 교사 임용시험 사전 예고’에 따르면 내년 신규 교사 선발 예정 인원은 1만232명으로, 올해보다 1649명(13.9%) 줄어든다. 초등교사는 3113명으로 27.1%, 중등교사는 4797명으로 12.8% 각각 감소한다. 유치원은 668명, 특수교육 839명, 보건 316명, 영양 232명, 사서 45명, 전문 상담 222명 등 비교과 영역도 일부 축소됐다.교육부는 이번 감축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와 지난해 ‘늘봄지원실장’ 임용 등으로 인한 한시적 수요 증원의 기저효과를 제시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 700만 명 수준이던 학령인구는 지난해 500만 명 아래로 줄었고, 2035년 400만 명 초반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사 선발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미 공립 교원 결원이 8661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 학령인구 줄어 교원 수요도 감소…교사 과잉 현상과 재정 부담 줄여야 교원 감축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수는 지난 10년 새 100만 명 이상 줄었고, 중고교 학생 수 역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에서 앞으로 수십 년간 학생 수가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학생 수가 줄면 교사 수요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예전과 같은 규모로 신규 교사를 선발할 경우 장차 교원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교사는

    2025.09.01 10:00
  • [천자칼럼] 진격의 이더리움

    암호화폐는 크게 비트코인과 그 외 코인, 즉 ‘알트코인’으로 나뉜다. 알트코인은 원래 비트코인의 대안을 뜻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코인’을 의미한다. 2009년 등장한 세계 최초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위상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알트코인 기운데 시가총액이 큰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 등을 ‘메이저 코인’이라고 부른다. 이 중 비탈리크 부테린이 2015년 선보인 이더리움은 대부분의 기간 비트코인 다음 자리를 지켜온 2위 코인이다.두 코인은 모두 ‘레이어 1’(블록체인 본체) 코인이지만 용처는 다르다. 비트코인은 주로 디지털 화폐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쓰인다. 반면 이더리움은 결제·거래는 물론 다양한 스마트 계약과 각종 애플리케이션 운영을 지원한다. 자체 블록체인 없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빌려 쓰는 거래 가능 코인만도 체인링크, 시바이누 등을 포함해 수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2위인 서클(USDC) 역시 이더리움 기반이다. 활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우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최근 이더리움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코인베이스 기준 한 달 새 57.6% 급등해 1.5% 상승에 그친 비트코인을 압도했다. 3년8개월 만에 4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4721달러) 경신을 넘보고 있다. 이더리움 가치가 재평가돼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물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하루 10억달러라는 역대 최대 자금이 몰렸고, 기업 매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50억달러어치 이더리움을 보유한 코인 채굴 기업 비트마인(BMNR)은 추가 매입을 위해 200억달러 조달에 나섰다. 여기

    2025.08.13 17:22
  • [천자칼럼] 비트코인 투자 시작한 하버드대

    미국 명문 대학들은 투자업계의 ‘큰손’이다. 하버드대(약 532억달러), 예일대(414억달러), 프린스턴대(341억달러) 등은 수십조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원래 이들의 자산 배분은 주식 60%, 채권 40%가 보통이었다. 1985년 월가 출신 데이비드 스웬슨이 예일대 기금 운용을 맡으면서 판이 바뀌었다. 그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대체투자 비중을 대폭 늘려 20년간 연평균 13%대 이익을 거뒀다. 다른 대학들이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예일 모델’은 미국 대학 기금 운용의 표준이 됐다.하지만 이 모델도 점차 한계를 드러냈다. 헤지·사모펀드, 부동산, 원자재 등 대체투자는 수수료 등 운용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무엇보다 빠른 유동화가 어려워 자산 가치가 급변할 때 제대로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지난 10년간 미국 대학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8%로, 상당수 국부펀드에 못 미쳤다. 증시가 호황이던 지난해에도 평균 11.2%에 그쳐 주식 70%, 채권 30% 포트폴리오(약 14%)보다 낮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4월 ‘예일 모델의 종말’을 예견한 이유다.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이 약점이 더 부각됐다. 트럼프는 연방 보조금을 무기로 대학의 진보 색채 지우기에 나섰다. 수십조원을 굴리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이지만, 보조금 삭감 압력을 견뎌내기 어려웠다. 기금 자산 대부분이 대체투자에 묶여 있어 현금 동원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 등 상당수 대학이 교내 정책을 수정하면서 정부와 타협했다. 아이비리그의 대표 격인 하버드대만이 아직 22억달러 보조금 동결에 소송으로 버티고 있다.하버드대가 최근 1억2000만달러(약 16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2025.08.11 17:52
  • [천자칼럼] 24시간 투자 시대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르면 연내 시행될 전망이다. 현재는 시가 단일가(오전 8시30분~9시),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30분), 시간외 단일가(오후 4~6시) 등 약 9시간 거래가 가능한데, 이를 3시간 더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2016년 8월 거래 종료를 오후 3시에서 3시30분으로 30분 늦춘 이후 10년 만의 개편이다.이번 조치는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급부상 대응 성격이 짙다. 지난 3월 12시간 거래를 시작한 넥스트레이드는 불과 4개월 만에 전체 거래대금의 30%가량을 점유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거래시간 확대는 세계적 추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하루 16시간인 거래시간을 22시간으로 늘릴 계획이고,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를 추진 중이다. 영국 스위스 인도네시아 등도 경쟁적으로 시간 연장에 나섰다. 모바일 거래 확산과 실시간 정보 흐름으로 시간의 경계가 무뎌진 영향이 크다. 자본 이동 속도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거래시간을 늘리지 않으면 해외 투자자금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만만찮다. 지난해 8월 국내에선 미국 주식 주문이 폭주하면서 시스템 장애로 거래가 통째로 취소되는 사태까지 터졌다. 국경 없는 투자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24시간 거래 체제로 출범한 암호화폐거래소와의 경쟁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거래시간 확대에는 적잖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거래소는 시스템·보안·공시 인프라에, 상장 기업은 투자자 관리(IR)와 주가 대응에 더 많은

    2025.08.03 17:32
  • [천자칼럼] 목동 재건축 고도제한 논란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고도 규제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적용된다. 남산·북한산 등은 경관 보호, 경복궁·종묘 같은 문화재는 조망권 확보 차원에서 제한이 걸린다. 국회의사당 일대는 국가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해 주변 고층 건축을 막았다. 하지만 국내에 고도 제한이 처음 등장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1961년 항공법(현 항공안전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해 김포·제주 등 공항 주변 건축물의 고도를 제한한 게 시작이었다.이 ICAO 기준이 최근 약 70년 만에 개정되면서 김포공항 인근 목동 재건축 단지에 비상이 걸렸다. 새 기준은 8월 4일 발효되고, 각국은 2030년까지 이에 맞게 국내법을 정비해야 한다. 기존에는 공항 활주로 반경 4㎞ 이내 건축물 높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반경 11~13㎞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되, 개별 평가를 통해 45·60·90m 등으로 차등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목동이 속한 양천구는 물론 마포·영등포·부천·김포 등도 새롭게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평가 결과 60m 제한이면 약 17층, 90m면 25~30층 이상 아파트 건설이 어렵다고 한다. 최고 49층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에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인 설계부터 다시 짜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목동 재건축 연합회는 고도 제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김포공항 이전까지 요구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제 급히 목동 6단지를 찾아 “건축 제한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주민들을 달랬다.하

    2025.07.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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