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조세 응능(應能)부담 원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에서 이 원칙이 주목받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세 강화가 응능부담 원칙에 부합한다”며 “미국처럼 재산세를 1% 부과하면 50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연 5000만원이 된다”고 했다. 고가주택 보유자의 매도를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0.3~0.6%)보다 낮다. 그러나 단순 세율 비교는 무의미하다. 한국은 시가에 가까운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주의 보유세율은 2%를 넘지만, 각종 감면·공제 후 실질 부담이 연소득의 3%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
응능부담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보유세 인상보다 거래세 인하가 우선이다. 거래세와 상속·증여세 등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세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05%로, OECD 평균(1.96%)의 두 배 수준이다. 양도소득세의 최고세율(45%)도 OECD 평균 수준(20~30%)을 크게 웃돌고, 다주택자는 최고 75%까지 중과된다.
내년 5월로 예정된 중과 유예가 연장되지 않으면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다시 중과세 대상이 된다. 높은 거래세는 응능부담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보유세 인상에만 군불을 땐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