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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K푸드, H마트에서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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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K푸드, H마트에서 웃다
    미국 이민자 권일연 H마트 회장이 뉴욕 퀸즈에 ‘한아름마트’라는 작은 식료품점을 연 것은 1982년 9월. 현지 슈퍼에서 김치, 고추장, 라면 같은 한국 식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예상대로 이민자와 주재원, 유학생들이 고향의 맛을 찾아 줄을 섰다. 이 마트는 1990년대까지 뉴욕·뉴저지 일대 한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 ‘한인을 위한 마트’에서 아시아 식품 전문 마트로 변신했다. 이 무렵 이름도 ‘H마트’로 바꿨다. 코스트코형 매장에 한국식 식품관과 푸드코트를 결합한 전략은 주효했다. 일본·중국·대만계는 물론 미국인 고객까지 끌어들였다. 전체 고객의 3분의 1이 비(非)아시아계로 추정된다.

    2020년대 들어 H마트는 단순한 마트를 넘어 이민자의 정체성을 품은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미셸 자우너의 (Crying in H Mart)가 2021년 뉴욕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다.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한국인 어머니를 떠올리며 “H마트 식재료를 보면 눈물이 난다”는 이 회고록은 이민자들에게 깊은 향수와 위로를 안겼다.

    음식, 음악, 드라마 등 K컬처의 인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제 H마트는 ‘K웨이브 유통 플랫폼’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가 H마트에서 구매한 한국산 고추참치를 조미김에 싸 먹으며 “미쳤다”고 극찬한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낯선 한국 식품이 세계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통로가 된 셈이다. H마트는 한국 제품의 해외 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하고 있다.

    H마트가 최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100호점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2023년 70곳, 지난해 80곳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들어 확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올랜도 매장에는 한국 빵, 화장품, 문구류 코너도 마련됐다. ‘미국 최대 아시아 마트’로 성장한 H마트가 현지 한인에겐 향수를, 외국인에겐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길 기대한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서욱진 기자
    서욱진 국제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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