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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욱진 칼럼] 시장 의구심 키운 9·7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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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전 집값 반등기와 닮은 환경
    공급 절벽에 LH·임대 중심 처방

    서욱진 논설위원
    [서욱진 칼럼] 시장 의구심 키운 9·7 대책
    문재인 정부는 집값 잡기에 진심이었다. 2017년 5월 출범 한 달 만에 6·19 대책으로 과열 지역을 ‘핀셋 규제’했고, 두 달 뒤 8·2 대책에서는 대출·세금·청약·전매를 총망라한 규제를 쏟아냈다. 이후 서울 집값은 잠시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안정세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다시 눌렀지만, 집값은 또다시 반등했다. 결국 2018년 9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다주택자 대출 금지를 담은 9·13 대책이 나왔다. ‘규제 끝판왕’으로 불린 이 대책은 서울 집값을 7개월간 하락시켰다. 이번만큼은 집값이 반등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 둔화 우려로 한국은행은 그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 10월 연 1.25%로 잇따라 내렸다. 정부는 8월 5조83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며 확장적 재정정책에 나섰다. 규제로 묶인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기보다 버텼고, 수요는 강남 등 핵심지로 쏠렸다. 결국 집값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금의 환경은 6년 전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 고용시장 악화 등을 겪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Fed)은 9월 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 8월 금리를 동결한 한은도 여기에 맞춰 10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 풀기는 그때보다 더하다. 정부는 지난달 말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으며 전 정부의 긴축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앞서 1·2차 추경으로도 35조원을 마련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에 투입하고 있다. 모두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이다.

    ‘똘똘한 한 채’ 선호는 더 강해졌다. 반포 원베일리 등 한강변 신축 아파트는 평(3.3㎡)당 2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다른 점은 공급인데, 2019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위례·김포·미사 등 2기 신도시 입주 덕분에 23만 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13만여 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9년 만에 최저로,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러 변수가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발표된 이번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은 실망스럽다. 공급 자체보다 공급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택지를 직접 시행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주공 아파트’ 이미지를 벗기 쉽지 않을 것이다. 상당수가 임대주택이라는 점도 아쉽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3.6%, 전국은 102.5%에 달한다(2023년 기준). 절대 주택 수가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이 부족한 게 현실이고, 필요한 것은 수요가 몰리는 입지의 민간 신축 아파트다. 그러나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는 이번에도 완화되지 않았다. 서울의 주요 공급원인 재건축을 사실상 막아둔 채 공공 분양·임대로 시장을 갈증을 메우겠다는 것은 공급자 중심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9·7 대책에는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추는 조치까지 포함됐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던 세금 규제도 필요하면 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투기·투자를 위한 부동산 취득을 최소화하려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장이 바라는 공급은 외면하고, 집값이 오르면 규제로 누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대선 부동산 공약과 달리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욱진 기자
    서욱진 국제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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