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를 펼치던 글로벌 증시가 이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3분기 기업 실적도 직전 분기 대비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시 침체에 대비한 방어 전략이 필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들과 헬스케어·에너지 등 주가 변동성이 작은 기업 위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현금흐름 우수한 기업이 '방어株' 1순위"

현금 많은 기업이 주가도 안정적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S&P500지수가 3670~4280포인트 사이를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3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시작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지표가 속속 발표된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 위주로 방어주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조언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 가운데 영업비용이나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말한다.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은 자사주 매입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기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미국 통신회사 컴캐스트는 2023 회계연도 기준 잉여현금흐름이 16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컴캐스트는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컴캐스트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으로 약 42억달러를 지출했다. 지난 1월에는 연간 100억달러가량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미국 컴퓨터 기업 델과 주택건설업체 레나, 석유기업 APA코퍼레이션도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으로 꼽혔다. 델과 레나, APA코퍼레이션은 2023 회계연도 기준 각각 37억달러, 40억달러, 24억달러의 잉여현금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됐다. 델은 배당이익률이 3.48%로 높은 편이어서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유틸리티·헬스케어주 올해 ‘선방’

전문가들은 식품·제약·헬스케어·유틸리티 등 전통적인 경기방어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도 추천했다. 이 중 올 들어 주가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종목은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올 들어 유틸리티주들은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력회사 AES코퍼레이션은 올 들어 주가가 11.48% 올랐다. 또 다른 유틸리티 업체 퍼블릭서비스엔터프라이즈와 엔터지도 각각 연초 대비 1.62%, 6.97% 상승했다.

반면 S&P500지수는 연초 이후 17% 넘게 하락했다. 유틸리티주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강력 추천하는 종목으로 꼽혔다. CNBC에 따르면 AES코퍼레이션은 매수 의견 비중이 76.9%, 엔터지는 70%에 달했다.

제약·헬스케어주도 시장 대비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글로벌 제약업체 애브비는 연초 이후 2.43% 상승했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업체 CVS헬스는 3.34% 하락하는 데 그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애브비는 배당수익률이 4.1%로 높은 편이어서 배당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유명 쿠키 브랜드 ‘오레오’를 생산하는 식품업체 몬델리즈인터내셔널도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선호하는 경기방어주로 꼽혔다. 매수 의견 비중은 73.9%였다. 연초 대비 주가는 6.5%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티펠의 크리스토퍼 그로 수석전략가는 “몬델리즈가 평균 가격을 8% 올렸음에도 세계 출하량은 5% 이상 늘어나는 등 물가 상승에 잘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저변동성 상장지수펀드(ETF)들이 공통적으로 담은 종목을 사는 것도 변동성 높은 장에 대응할 수 있는 주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CNBC는 이런 종목으로 펩시코, 존슨앤드존슨, 켈로그, 길리어드사이언스, 버라이즌 등을 들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