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다락방의 미친 여자·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신간] 아웃랜더
▲ 아웃랜더 = 다이애나 개벌돈 지음. 심연희 옮김.
2014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후 시즌 7 방영을 앞둔 '아웃랜더'의 원작으로, 미국 작가 다이애나 개벌돈이 1991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개벌돈은 아웃랜더 시리즈를 10권으로 기획했으며, 지난해 11월 9번째 책 '벌에게 가서 내가 떠났다고 알려 주오'(Go Tell the Bees That I Am Gone)를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18세기 스코틀랜드로 시간여행을 하는 간호사 클레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45년, 영국 육군 간호사였던 클레어는 전쟁이 끝난 후 남편 프랭크와 함께 하일랜드로 6년 만의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홀로 유적지를 구경하다가 알 수 없는 힘으로 200년 전의 스코틀랜드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과거에 떨어진 클레어는 현대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상황은 복잡해진다.

프랭크의 6대 선조이자 잉글랜드군 대위 조너선 랜들은 클레어의 정체를 밝히려 하고, 스코틀랜드의 매켄지 씨족은 클레어를 잉글랜드 첩자로 의심한다.

클레어는 목숨을 지키고자 어쩔 수 없이 스코틀랜드 전사 제이미와의 결혼을 택한다.

두 시대와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클레어에게 중대한 결단의 순간이 다가온다.

오렌지디. 1권 636쪽, 2권 600쪽. 각 권 1만8천500원.
[신간] 아웃랜더
▲ 지옥 = 가스파르 코에닉 지음. 박효은 옮김.
늘 새로운 물음을 던지며 현실의 부조리를 섬세하고 집요하게 포착해온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 정치가인 가스파르 코에닉의 세계관이 담긴 짧은 소설이다.

대학 교수인 한 남자는 병을 앓다가 죽은 뒤 무빙워크로 공항에 도착한다.

고급 맞춤 양복을 사 입고 천국에서의 첫 번째 여행지로 보츠와나의 카사네를 선택한다.

그러나 카사네에 도착한 뒤 공항 밖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항 대기실에만 있어야 하는 남자는 이곳이 천국이 아니라 지옥임을 깨닫는다.

소설의 각 장 도입부에는 단테의 '신곡'에서 따온 구절들이 실려 있다.

소설로 구축한 탄탄한 사후 세계는 환상적이면서도 섬찟하고, 곳곳에 반전과 유머가 깃들어 있다.

물질주의, 실용주의, 소비사회, 신자유주의에 대한 여러 철학적 질문도 숨어 있다.

소설 속 세계는 표면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지만, 철저히 계급 지향적이다.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지만,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으면 등급이 내려가고, 각 등급에 맞는 권리가 뚜렷하게 구별된다.

거대한 공항으로 구현된 지옥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빼앗겼으면서도 쉼 없이 미래를 대비한다.

시프. 232쪽. 1만6천 원.
[신간] 아웃랜더
▲ 다락방의 미친 여자 =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미국의 두 여성 영문학자가 공동 강의와 연구를 바탕으로 1979년 펴낸 페미니즘 비평서다.

출간 당시 문학 연구 및 비평의 새로운 출발점을 세웠다는 찬사를 받는 등 독자와 문단,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는 2009년 한 차례 번역 출간된 바 있으나 절판된 상태였다가 북하우스가 최근 13년 만에 기존 번역을 대폭 수정하고 2020년 미국 보급판 내용 등을 추가해 재출간했다.

저자들은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등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계보를 추적하며 작품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를 찾아내고자 한다.

감금과 탈출 이미지, 온순한 자아의 반사회적인 분신으로 기능하는 미친 여자, 거식증, 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 등 공통 주제를 탐색하며 여성 문학만의 특징을 발견한다.

북하우스. 1천168쪽. 5만5천 원.
[신간] 아웃랜더
▲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숀 비텔 지음. 이지민 옮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점인 남부 위그타운의 '더 북숍'을 인수해 20년 넘게 운영하는 숀 비텔이 그간 만난 각양각색의 손님들을 특징별로 분류해 소개한 책이다.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의 생물분류법을 빌려 손님들을 일곱 속(屬·genus)으로 나누고 학명을 붙이며 묘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책을 쓴 비텔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이들은 물론 무례하고 불쾌한 이들까지 모두 그립다"고 말했다.

책에는 서점에만 들어오면 지식을 뽐내는 전공자, 아이를 서점에 두고 쇼핑하러 가는 부모, 고서(古書)에 책정한 가격에 원가를 들이미는 구두쇠 등 다양한 손님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불편함을 주는 일부 손님들의 모습에 격분하지만 미움을 직접 표출하지는 않는다.

대신 덤덤하게 속으로 혐오하는 방식을 택한다.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고서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이 숨어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책세상. 168쪽. 1만3천800원.


/연합뉴스